시집에서 읽은 시

궁평 횟집에서 시회를/ 정대구

검지 정숙자 2017. 3. 17. 00:25

 

 

     궁평 횟집에서 시회를

 

     정대구

 

 

  서신 궁평항 바닷가 어느 횟집에 들어가

  여러 횟감 중에서 생낙지를 골라

  낙지회를 술안주로 하여 시회를 연 우리들

  하는 이야기도 자연스레 시와 낙지에 관한 이야기

  가위로 산 낙지를 싹둑싹둑 자르면서

  어떻게 치열하게 시를 쓸 것인가

 

  동강동강 동강난 몸뚱이들 ㄱ ㄴ ㄷ ㄹ

  꿈틀거리는 q w c z

  마음도 아니게 글도 아니게

  비비悲悲 비비斐斐 몸을 비트는 자음들 뒤엉켜

  극한의 몸말로 모음을 찾아 데굴데굴

  접시를 넘어 자유시를 적는 낙지를 바라보면서

  철썩철썩 파도로  와 부서져

  다시 바다로 돌아가는 바닷소리를 들으면서

 

  젓가락으로 간신이 흩어지는 피도를 집어 올려 입속에

넣으면서

  입안에서도 쩍쩍 달라붙는 맛있는 낙지처럼

  독자에게 재미있게 들러붙는 한 접시

  스태미나식 시를 쓰자고

  우리는 각자 기염을 토해 보는 거다

  질겅질겅 입안의 낙지를 씹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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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제부도 들어가는 길』에서/ 2017. 2. 8. <도서출판 시산문> 펴냄

  * 정대구/ 1936년 경기 화성 출생, 1972년 《대한일보》신춘문예로 등단, 시집『나의 친구 우철동 씨』『착한 토끼』외, 산문집 『녹색 평화』『구 선생의 평화주의』, 논문집 『김수영 연구』『김삿갓 연구』, 편저『만남의 빛살 속에서』, 동인지『육성』1집, 『육성』2집, 영산대학교(경남) 교수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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