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머플러라고 부르는 새/ 신명옥

검지 정숙자 2017. 2. 24. 20:35

 

 

    머플러라고 부르는 새

 

    신명옥

 

 

  오랫동안 나를 아프게 쪼아대던 새에게

  머플러란 이름을 붙였다

  그것을 잘 접어서 상자 속에 담고

  뚜껑 꼭 덮었다

  그것은 한동안 머플러로 있었다

  머플러라고 부르는 동안

  나는 새를 잊고 지냈지만

  바람이 불 때마다

  뚜껑 들썩거리며 푸드덕거렸다

 

  빠져나가려는 깃을 쑤셔 넣을수록

  내 삶은 점점 숨이 막혔고

  나는 숨 쉬는 법부터 다시 배워야 했다

  들숨과 날숨 사이에 끼어 있는

  새를 꺼내기로 했다

  뚜껑 열자 회오리바람 타고 솟구친다

  허공 휘저으며 춤을 추는 머플러

  점점 작은 새가 되어 능선 너머로 사라진다

 

  머플러를 상자에 집어넣는 것이

  나는 가두는 일이란 것을 알았다

  새를 날려 보낸 금강 하구

  고요해진 호흡 속으로

  푸른 공중 날고 있는 내가 보인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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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설> 한 문장: 시는 그 자체로 하나의 형식이면서, 존재의 한순간을 잊을 수 없는 것으로 머물게도 합니다.(밀란 쿤데라,『불멸』, 김병욱 역, 1992, 40쪽.) 우리가 자주 시에 매료되는 까닭이 거기 있을 것입니다. 일순 스쳐가는 온기에 마음이 붙들리는 겨울날처럼, 자비 없는 시간의 궤도 위에 문득 삶이 정박되길 바라는 순간이 있습니다. 잠시일 뿐일지라도 그 순간엔 관성에 결박되었던 일상이 서정적으로 정지하고, 삶은 권태로부터 놓여날 기미를 보이는 까닭입니다. 배려심 많은 시의 존재방식이란 그와 같을 것입니다. 빛처럼 짧고 강렬한 제 몸에 존재의 한순간을 담아내어 우리의 인식을 오래 정박시키는 것. 그런 시라면 영원한 순간입니다. (전소영/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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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해저 스크린』에서/ 2017.1.30. <한국문연> 펴냄

  * 신명옥/ 전북 군산 출생, 2006년『현대시』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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