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흔적
-율동 호수에서
최선
바람은 미리 점찍어둔 호수에
그물을 던진다
바람이 닿은 자리마다
그물 무늬가 선명하다
그러나 호수도 만만치 않다
끈질긴 투망질에도
피라미 새끼 한 마리 내놓지 않는다
바람의 근육은 갈수록 굵어진다
물고기 한 마리 낚지 못한 빈손을
굴참나무 잎사귀에 문지르는 바람
젖은 바람이 더듬고 간 자리
놀란 호수는 아직도 두근거린다
나도 바람의 투망에 걸려본 적 있다
내 몸 어딘가에 남아있는 바람의 흔적
지금은 몸의 일부가 되어버린 얼룩이지만
만지면 젖은 바람소리 한 소절 환하게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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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온문학』 2017-봄호 <시>에서
* 최선/ 계간 『화백문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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