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바람의 흔적/ 최선

검지 정숙자 2017. 3. 16. 16:19

 

 

    바람의 흔적

   -율동 호수에서

 

    최선

 

 

  바람은 미리 점찍어둔 호수에

  그물을 던진다

 

  바람이 닿은 자리마다

  그물 무늬가 선명하다

  그러나 호수도 만만치 않다

  끈질긴 투망질에도

  피라미 새끼 한 마리 내놓지 않는다

 

  바람의 근육은 갈수록 굵어진다

 

  물고기 한 마리 낚지 못한 빈손을

  굴참나무 잎사귀에 문지르는 바람

 

  젖은 바람이 더듬고 간 자리

  놀란 호수는 아직도 두근거린다

 

  나도 바람의 투망에 걸려본 적 있다

  내 몸 어딘가에 남아있는 바람의 흔적

 

  지금은 몸의 일부가 되어버린 얼룩이지만

  만지면 젖은 바람소리 한 소절 환하게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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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온문학2017-봄호 <시>에서

  * 최선/ 계간 『화백문학』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