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춤추는 세계 2/ 김병호

검지 정숙자 2017. 3. 13. 01:41

 

 

    춤추는 세계 2

 

    김병호

 

 

  하루에 절반씩 나를 덜어내며 평생을 작아진들 내가 이를 수 없는 작

음이 있다.

 

  하루에 절반씩 나를 덜어내며 평생을 작아져 이룬 작음은 바로 주변

과 나눈 상호작용의 크기와 같다. 그것은 존재의 크기이기도 하다.

 

  하루에 절반씩 나를 덜어내며 평생을 작아져도 이를 수 없는 작음은

있다는 사실은 상호작용의 크기가 작아질지언정 사라지지 않는다는, 그

렇게 작은 것은 무한히 존재한다는 믿음이고 따라서 끝없는 절망의 회

로가 삶을 지배한다는 암시이다.

 

  하루에 절반씩 나를 덜어내며 다다를 수 있는 마지막 작음을 넘어서

려는 시도를 인생이라고 부른다. 작음이라는 말 자체가 비교를 전제하

고 있기에 끝없이 더 작은 가상의 존재를 만들 수밖에 없고 그래서 삶은

절망의 사기극으로 둔답한다. 실제 우리의 노력은 극한의 작음을 만났

으며 그것은 물리적 세계의 바닥에서 만난 비물질적 원천이다.* 바로

정보의 양자量子인 비트이다.

 

  하루에 절반씩 나를 덜어내도 내가 작아지지 않는 건 작음이라는 말

이 가진 비교의 속성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비교가 없어지자 존재의 경

계가 사라졌으며 절망도 자신이 뭘 해야 할지 몰랐다. 세계의 바닥은 여

전히 비트였지만 이들의 조합이 상징하는 의미는 태어나지 못했다.

   -전문-

 

   * 블래트코 베드럴의 『물리법칙의 발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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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시2017-2월호 <신작특집>에서

  * 김병호/ 1998년 『작가세계』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