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자의 그늘
성태현
동방의 작은 나라, 운 좋은 새 몇 마리가
형제들의 무덤 속에서 날아올랐다
고병원성독감바이러스로 무장한 새들은
한 손에 평화, 한 손에 코란이라는 경구를 외우며
아프리카의 동쪽 문명의 발상지로 날아들었다던가
인류의 가호 아래 무럭무럭 자라온 조류는
사막의 성전에서 외로운 사육자를 만나게 될 것이다
이라크와 시리아의 드넓은 사막지대
새의 분변으로 그려진 깃발 하나가
멀리 모래바람 속에서 펄럭였다 검은 바탕에 흰 글씨
알라 외에 신은 없다는 isis의 부리
오랜 잠복기를 거쳐 드러낸 매의 발톱, is는
ai에서 파생된 변종 바이러스였다던가
평화를 위한 긴 살육의 시간이 흘러가고
중동에서 is가 박멸되는 동안
극동의 몇 나라에서는 여전히 ai가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사육장으로부터 반경 수십 킬로 이내
감염되지 않은 생명체까지 박멸의 대상이었다던가
아우슈비츠의 기억을 생생히 잊은 살육자들
무심히 수천만의 생명을 거두고 있었다
천 년 후, 동방의 어느 나라
사막으로 변한 들판의 모래 구덩이에서는
속속 인간의 유골이 줄지어 기어나오기 시작했다
시커멓게 나뒹구는 두개골
사육자의 그늘에서 숙연히 안식하는 인류의 흔적인가
하얗게 말라붙은 aiis, 새들도 날지 않는데
새똥의 흔적이 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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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티카』 2017-상반기호 <시에티카 시>에서
* 성태현/ 충남 서산 출생, 2008년 『시에』로 등단, 시집『대칭과 타협의 접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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