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지구의 옆구리/ 전순영

검지 정숙자 2017. 3. 13. 14:48

 

 

    지구의 옆구리

 

    전순영

 

 

  칠십억의 배가 둥둥 떠내려가고 있다

 

  가슴속에서 기어 나온 창문들이 덜그럭 덜그럭 쨍, 또 쨍 부딪히면서

소리치면서

  높은 집에만 가서 붙고

 

  질경이와 냉이는 숨이 막히는데

  산은 배를 깔고 엎드려 눈만 끔벅거리고 있고 바다는 멀거니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

 

  덩굴손이 반듯한 손들을 잡히는 대로 우리에다 가둬놓고 채찍 휘두

르며 달려가는 발자국 뒤에는 발목이 잘리고, 단숨에 오르려던 계단에

치여 목이 날아가고

 

  머니money가 잰걸음으로 가서 붙는 뒤꽁무니엔 줄을 서는 恒沙 몸뚱

이가 부풀대로 부풀어 오르고 올라 급기야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개미와 쥐와 두더지는 그 회황찬란한 빛에 말라죽고 장님이 되어버

 

  地球 창자가 꼬이더니 옆구리가 뒤틀리더니 허리가 꺾이더니 마구

토해내는……

 

  물끄러미 바라보고 서있던 地震이 안 되겠다 안 되겠다 중얼거리며

 

  내가 지구를 한번 뒤집어 평형을 바로 잡아야겠다고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팔을 걷어부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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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표현2017-3월호 <신작시 광장>에서

  * 전순영/ 199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숨』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