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제정신이 돌아오나/ 유안진

검지 정숙자 2017. 3. 8. 12:21

 

 

    제정신이 돌아오나

 

    유안진

 

 

  기다리고 있다고

  기다리고 있으니 얼른 돌아오라고

  지나 2년여를

  전등이란 전등을 밤새 켜놓았다

 

  이 사람 정신 나갔나?

  불값 비싼데 웬 대낮이야?

  들어서며 야단치며 차례로 끄라고

  밤새도록 켜 놓고 기다렸다

  부활(復活)하여 돌아올 것만 같아서

 

  절대로 다시는 돌아올 수 없고

  내가 가는 길밖에는 어떤 길도 없다고

  도무지 내가 나를 설득하기 싫었는데

  나도 모르게 내 손으로 불을 끈다

  내가 어떻게 이럴 수 있는가?

  전기료 땜에 포기할 수 있다니?

 

  불 꺼진 어둠 속에서도

  불을 끌 수 있는 내가 대견스러워지면서도

  숨 막히고 자리에서 꼬꾸라질 때마다

  들리는 음성은, 제발 정신 차리세요

  불 끈 손은 내 손 아닌 그의 손이라는 착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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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로여는세상2017-봄호 <신작>에서

  * 유안진/ 1965년『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다보탑을 줍다』『둥근 세모꼴』외, 산문집『지란지교를 꿈꾸며』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