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나는 내 감정들을 나의 노조라고 불렀다/ 이태운

검지 정숙자 2017. 3. 7. 19:26

 

 

    나는 내 감정들을 나의 노조라고 불렀다

 

    이태운

 

 

  한 번도 바다 안으로 들어가보지 못한

  바다가 밀려왔다

 

  밀려갔다 밀려왔다

 

  비정규직

  나는 파도를 그렇게 불렀다

 

  돌멩이 하나

  겨우 둥글어지는 동안에

 

  끝없이 무너지고 반성했던 마음 안으로

  철새들이 날아왔다

 

  노동력

  새의 날개에서 쫓겨난 날갯짓을 그렇게 불렀다

 

  연대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거리로 나온 나무들은

  성대가 갈라질 때까지

  초록, 초록, 초록을 외치고 있었다

 

  여름 동안 더위를 실업급여처럼 탔다

 

  새벽 인력시장에서 팔리지 못하고

  돌아온 내 몸을 한참 바라보다가

 

  포기한 마음에

  마음 하나를 또 올려놓았다

 

  쓰러진 수평선을 일으켜 세울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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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로여는세상2017-봄호 <신작>에서

  * 이태운/ 2013년 시집 『캔디랜드의 기린들』로 활동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