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책갈피/ 황수아

검지 정숙자 2017. 3. 3.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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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수아

 

 

  그때 나는 침묵했고 곧 봄이 왔다.

  목구멍에는 딱 한마디 말이 걸려 있었다.

  뱉어내려고 애를 쓸 때마다

  몸에는 잎맥이 차오르고 나는 이유 없이 웃었다.

  깔깔깔 웃음소리 위에 집을 짓는 매미 한 마리.

 

  성격이 급한 매미는 곧 집을 벗어놓고 떠나갔다.

  나는 외로웠지만

  행인들은 그것을 자연의 섭리라고 표현했다.

  매미는 울음소리로 소식을 전해왔다.

 

  몸이 몸으로부터 잘려나가는 가을,

  나는 구겨진 몽타주가 되어

  거리에 아무렇게나 굴러다녔다.

  책갈피에 낙엽을 끼워 넣는 소녀들은

  가을이 오기 전에 책을 덮었고,

  그 모호한 책갈피에서 나는

  목에 걸린 한 줄의 문장을 타전했다.

  누구에게도 전해지지 않을 그 말은

  곧 행간의 우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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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동네2017-3월호 <詩 # 1>에서

  * 황수아/ 2008년 『문학수첩』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