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없는 사과
이화은
그녀의 눈꼬리가 없어졌다
처지는 눈꼬리를 잘라냈다 한다
세상이 잘 보인다고 좋아했지만
꼬리는 자르는 게 아니라 감추는 거라고
자꾸 그녀의 치마 속을 상상한다
꼬리 없는 여우는
골백번을 죽어도 사람이 되지 못한다
지는 척
시간의 몸을 받아 안는 암키와의 체위 없이
수키와만 엎드린 기와집처럼 비가 샐 것 같다
누수의 계절을 견디기엔
입꼬리만으론 역부족일 듯,
낙과가 없는 사과밭엔 해가 지지 않는다
어스름을 뚫고 사과 몇 알 훔쳐가는
초저녁털이가 있어야
사과는 철이 든다 허벅지에 단물이 든다
눈 동그랗게 뜨고 백야의 세상에서
그녀는 결국 꼬리를 잃어버렸다
꼬리 치지 않는 사과의 알몸에서 풋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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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동네』 2017-3월호 <詩 # 1>에서
* 이화은/ 1991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미간』『절정을 복사하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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