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꼬리 없는 사과/ 이화은

검지 정숙자 2017. 3. 3. 18:42

 

 

    꼬리 없는 사과

 

    이화은

 

 

  그녀의 눈꼬리가 없어졌다

  처지는 눈꼬리를 잘라냈다 한다

  세상이 잘 보인다고 좋아했지만

 

  꼬리는 자르는 게 아니라 감추는 거라고

  자꾸 그녀의 치마 속을 상상한다

 

  꼬리 없는 여우는

  골백번을 죽어도 사람이 되지 못한다

 

  지는 척

  시간의 몸을 받아 안는 암키와의 체위 없이

  수키와만 엎드린 기와집처럼 비가 샐 것 같다

 

  누수의 계절을 견디기엔

  입꼬리만으론 역부족일 듯,

 

  낙과가 없는 사과밭엔 해가 지지 않는다

 

  어스름을 뚫고 사과 몇 알 훔쳐가는

  초저녁털이가 있어야

  사과는 철이 든다 허벅지에 단물이 든다

 

  눈 동그랗게 뜨고 백야의 세상에서

  그녀는 결국 꼬리를 잃어버렸다

  꼬리 치지 않는 사과의 알몸에서 풋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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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동네2017-3월호 <詩 # 1>에서

  * 이화은/ 1991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미간』『절정을 복사하다』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