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길 위에서 부활하다/ 김추인

검지 정숙자 2017. 2. 12. 02:00

 

 

    길 위에서 부활하다

 

    김추인

 

 

  붉은 모래의 땅에는 서두르지 않는 목숨 길이 있습니다

  세상의 척박과 목마름, 제 가진 모든 모서리를 지운 채 죽은

풀 가지들이 체적(體積)을 줄인 공의 형상으로 구르고 구르는

사막의 표지 기호가 있습니다

 

  풀 가지 늑골 틈새로 바람피리를 불며 떠도는 음유의 시

 

  제 몸에 예언을 새기고 떠도는 부활초*, 십 년도 백 년도 어

쩌면 천 년도 견디다 물을 만나 마른 몸을 푸르게 일으켜 세우

는 풀, 눈이 부신데요 사람의 아들, 그분만 같은데요

 

  저 홀로 구름이 되어 사막을 흐르는 풀이 있습니다

  죽어도 죽을 수가 없는 바람 속의 미라가 있습니다

 

  침묵하는 식물들의 진화는 늘 시끄러운 족속들의 탄식보다

너그럽고 깊고 멀어 걸림이 없음을 알겠습니다

  스스로 바큇살로 굴러 구름의 길을 가는 풀이 있습니다

     -전문-

 

  * 다년생 가시풀로 백년 이상 바람에 구르다 비를 기다려 말라죽은 줄기가 부활, 꽃이 피고 씨앗을 퍼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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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설> 한 문장:「길 위에서 부활하다」라는 시가 부활에 대한 시인의 사유를 전개한다. 시인은 이 시에서 "저 홀로 구름이 되어 사막을 흐르는 풀"인 '부활초'에 대해 "죽어도 죽을 수가 없는 바람 속의 미라"이자 "스스로 바큇살로 굴러 구름의 길을 가는 풀"이라는 이미지를 부여한다. 시인의 주에 따르면 부활초는 "백년 이상 바람에 구르다 비를 기다려 말라죽은 줄기가 부활, 꽃이 피고 씨앗을 퍼뜨린다"고 한다. 사막에서 말라죽었지만 바람에 구르면서도 자신을 미라처럼 보존하다가 비가 왔을 때 다시 꽃을 피우는 풀, 이 풀로부터 시인은 "서두르지 않는 목숨 길"을 찾아낸다. 풀은 목숨의 경이롭고 끈질긴 부활의 능력(사막을 살아나가는 능력)을 드러내는 시적 '오브제'다. 하여, 이제 시간의 흐름(죽음)에 거슬러서 새로운 시간을 형성(부활)하도록 이끌 수 있는 오브제를 발견하는 일, 이 일이 김추인 시인에게 시인으로서의 과제가 될 것이다. (이성혁/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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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오브제를 사랑한』에서/ 2017.1. 11. <펀집· 기획 미네르바/ 문학의전당> 펴냄

  * 김추인/ 경남 함양 출생, 1986년『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모든 하루는 낯설다』『행성의 아이들』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