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 절벽
-절두산 성지
이인평
저 절벽 아래로 목이 떨어져 구르고
선혈 낭자하게 흘러
절두산이라 이름 붙여진 오늘날까지
암벽엔 순교의 핏빛이 그대로 배어 있다
죽음 초월한 그날의 선조들
칼날 번뜩이는 박해의 세상 연연하지 않고
도도히 강에 어리는 영생의 핏빛을
벼랑 위에서 초연히 바라보았으리라
오히려 세상 사람들이 가슴에 측은히 밟혀
그들 위해 천주께 자비를 구하는 모습은
하늘 나라에 초대받은 기쁨의 표정이었으리
잠두봉이라, 아찔한 바위 끝에서
이내 낭떠러지를 굴러 강물에 씻기는 얼굴들
그 영혼 되비쳐 내는 청청한 하늘빛이
지금은 백합처럼 피어난 성지를 감싸고 있다
형제자매들이여, 잠두봉이든 절두산이든
목 떨어져 내린 절벽인데, 그날에
한 목숨 던져 피 흘린 성인들 믿음이
바위 속까지 스며들어
여기, 걷대한 혈암(血岩)으로 솟아 있다
-전문-
* 이 시는 2008년 절두산 성지 로비에 설치되었으며, 병인박해 150주년을 기념하여 절두산 순교자 하느님의 종 13위 시복 기원을 위해 이상철 작곡가(사제, 가톨릭대 음악대학원 교수)가 만든 오라토리오 음악 주제와 가사로 사용되어 2016년 가을에 두 번의 연주회를 성황리에 마쳤고, CD로 제작되었으며 이를 가톨릭평화방송에서 녹화하여 세 차례 방영하였음, 한편 절벽 아래 시비로 새겨진 또 다른 시 「영혼의 강」억시 이상철 신부가 오라토리오 음악으로 작곡하여 같은 시기에 한국가톨릭작곡가협회 정기 연주회에서 발표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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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소금의 말』에서/ 2017.1. 10. <도서출판 황금마루> 펴냄
* 이인평/ 1993년 월간『조선문학』신인상, 2000년《평화신문》신춘문예로 등단, 시집『길에 쌓이는 시간들』『후안 디에고의 노래』1, 2집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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