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어쩌다 이 지경까지 이르렀을까/ 박귀근

검지 정숙자 2017. 2. 19. 01:51

 

 

    어쩌다 이 지경까지 이르렀을까

 

    박귀근

 

 

  축! 결혼을 축하합니다

 

  대형 화환 한쪽 리본엔

  친정에 얼라 맡길 생각 아예 마라

  또 다른 쪽 리본엔

  친정엄마 친구 목련회원 일동

 

  어느 결혼식장에 즐비하게 서 있는

  축하화환 중에서 단연 눈에 띄는 화환이다

 

  친구 엄마들이 장난 삼아 주문해

  결혼식장에 세워 놓은 것이라고는 해도

  서글프고 암울한 현 세대의 한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 같아 허탈할 따름이다

 

  우리나라의 미풍양속이었던 대가족제도가

  가뜩이나 핵분열되어 쪼개지고 있는데

  씁쓸하고 착잡한 생각마저 들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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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간문학』2017-3월호 <시>에서

  * 박귀근/ 2010년『문예사조』로 등단, 저서『숲속의 빈터』『물구나무 서서 바라본 유럽 배낭 여행기』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