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말의 연인들에게
김하늘
포도주는 충분해
사랑에 목숨 거는 펭귄처럼
우리는 우리를 사랑해
추방자라도 상관없어
미지의 달빛에서도 우리는,
불운에 단련된 피조물
관능의 신호는 구두끈에서부터 와
불행한 사람들의 슬픈 근육,
불가능한 상상력으로 흔들리는 마음,
세기말에서나 가능한 얘기야
세기말, 그래 세기말,
우리는 세기말의 연인들
우리의 사랑을 투사지에 그린다면,
존재는 무한히 지속될 거야
얼마나 멀리까지 가야 되는 걸까
조개껍질, 검은색 스타킹, 앞치마, 선인장
아무리 많은 것을 나열해도
나아지지 않는 생의 모양에 대해
나는 조금만 자책하기로 해
팔월은 부드럽고 뜨겁고 간사해서
삶의 비밀을 다스리고
아무 미련 없이 방해가 되고
어여쁜 입술이 말하는 것들은
진부한 위안이야
다만
빚지지 않은 생을 살아갈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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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파란』2016-가을호 <poem>에서
* 김하늘/ 2012년 『시와 반시』로 등단, 시집 『샴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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