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김일연
핏속에 부스럼이 한동안 가려워서
철쭉 꽃밭 속에서
꼴딱
죽고 싶더니
이제는
붉은 꽃 너머
구름을 보고 있구나
-전문,『시와 표현』, 2016. 12.
▶ 생의 시간, 체온의 시간 그리고 시형의 문제(발췌)_ 박현수
삶에 대한 성숙한 시선이 잘 느껴지는 김일연 시인의 작품이다. 핏속의 부스럼이 가렵다는 것은 젊은 날의 지향 없이 타오르는 열정, 갈피를 잡지 못하는 고뇌와 방황 등을 나타내는 절묘한 표현이다. 그런 나날들은 화려한 철쭉 꽃 앞에서 그냥 스러져도 여한이 없을 뿐이다. 그렇지 않다면 젊음이 아니지 않는가. '점잖다'는 말은 '젊지 않다'는 말에서 온 것이라 한다. 그러니 젊음은 점잖지 않은 것이 기본이다. 언제나 핏속에 부스럼이 가려운 것이 젊음인 것이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몸과 마음이 성숙하여 그 부스럼의 가려움이 잦아들면 점잖아지게 된다. 점잖아지면 "붉은 꽃 너머/ 구름"이 보이지 시작하는 것이다. 젊음과 성숙이라는 생의 시간들이 이 짧은 작품 속에 모두 들어 있다. 그리고 앞부분의 강렬한 표현이 마지막에 긴장이 느슨해지는 것도 젊음과 성숙함의 차이가 반영된 표현이라 생각하니 여러 모로 그 표현이 절묘하다 할 수 있겠다. 물론 주어진 작품을 통하여 할 수밖에 없는 사후적 해석이긴 하지만, 만일 마지막까지 초장의 긴장된 표현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다면 시조의 자연스러운 맛이 다소 약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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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표현』2017-2월호 <월평_시조>에서
* 박현수/ 1992년 《한국일보》로 등단, 시집 『우울한 시대의 사랑에게』외, 평론집 『황금책갈피』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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