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은 지금 시위 중
정겸
지친 저녁 햇살이
혓바닥을 길게 내밀며
세종문화회관 지붕을 핥고 있다
오늘도 오선지를 이탈한 음표들은
돌연변이를 일으키며
광화문 광장을 떠돌고 있다
자정을 훨씬 넘긴 시간
세종대왕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봐요, 이순신 장군!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우리가 자리한 터가
안 좋은 것 같소
날마다, 밤마다 너무 시끄럽잖소
우리도 이번 참에
조용한 명당으로 옮겨 달라고
시위 좀 해야 할 것 같소.
자, 나갑시다."
--------------------
*『시산맥』 2017-봄호 <신작시>에서
* 정겸/ 2003년『시사사』로 등단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유정이_'보다'에서 '버리다' 사이/ 탁자 하나 : 강순 (0) | 2017.02.22 |
|---|---|
| 장미의 끝/ 김상미 (0) | 2017.02.22 |
| 오른쪽 어깨에는 각이 살고 있다/ 정진혁 (0) | 2017.02.21 |
| 어쩌다 이 지경까지 이르렀을까/ 박귀근 (0) | 2017.02.19 |
| 수혈놀이/ 황희순 (0) | 2017.0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