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시인의 시

맹문재_한용운 시에 나타난 '님'의 이성성(발췌)/ 인과율 : 한용운

검지 정숙자 2017. 2. 18. 22:58

 

 

    因果律

 

    한용운(1879-1944, 65세)

 

 

  당신은 옛盟誓를깨치고 가심니다

  당신의盟誓는 얼마나참되얏슴닛가 그盟誓를깨치고가는 리별은

미들수가 업슴니다

  참盟誓를깨치고가는 리별은 옛盟誓로 도러올줄을 암니다 그것

은 嚴肅한因果律임니다

  나는 당신과떠날때에 입마춘입설이 마르기전에 당신이도러와서

다시입마추기를 기다림니다

 

  그러나 당신의가시는것은 옛盟誓를깨치랴는故意가 아닌줄을 나

는암니다

  비겨 당신이 지금의리별을 永遠히 깨치지안는다하야도 당신의

最後의接觸을바든 나의입설을 다른男子의입설에 대일수는 업슴

니다

  -전문-

 

 

  한용운 시에 나타난 '님'의 이성성異性性(발췌)_맹문재

 위의 작품 역시 "당신"을 조국이나 불타 등으로 규명하기보다는 자연인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조국이나 불타 등이 "옛 맹서를 깨치고" 간다는 것은 아무래도 어색하다. 조국이나 불타를 의인화의 대상으로 삼는다고 할지라도 맹서를 깨치고 간다는 것에는 선뜻 동의할 수 없다. / 또한 위의 작품에서의 "당신"은 화자와 이별을 하고 있는 대상이지만 애처롭거나 절망적이지 않다. 오히려 "당신이도러와서 다시 입마추기를 기다"리는 희망을 강하게 품고 있다. 화자는 당신이 떠나간 것이 "故意가 아닌줄을" 이해하고 기다린다. 설령 당신과의 이별이 영원히 지속된다고 하더라도 "당신의 最後의接觸을바든 나의입설을 다른男子의입설에 대일수는 업"다고 단언한다. 당신이 참된 "옛盟誓로 도러올줄을" "嚴肅한因果律"로 믿는 것이다. 이별이 원인이므로 재회가 그 결과로 필히 일어날 일임을 믿고 있는 것이다. / 사랑은 무(無)가 아니다. 사랑은 손을 댈 수도 없고 볼 수도 없지만, 그것을 향한 욕망은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자아와 초자아가 아무리 이드를 억누르려고 해도 제거할 수 없고 끊임없이 튀어나오려고 발버둥을 치는 것이다. 종교인이든 독립운동가이든 일반인이든 그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 점은 예외일 수 없다. 한 자연인으로서 내보인 욕망의 은유이자 환유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만해의 시 작품에 나오는 '님'을 조국이나 불타 위주로  보아온 것을 지양하고 사랑한 연인으로 인식할 때 만해가 추구했던 독립과 불교적 진리는 보다 살아나는 것이다.

 

    --------------------

  * 현대문학 연구총서 47『여성성의 시론』에서/ 2017. 1. 25 발행

  * 맹문재/ 1963년 충북 단양 출생,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론집『한국 민중시 문학사『여성시의 대문자』등 다수, 편저 『박인환 전집』『김명순 전집-시, 희곡』외, 공편『김후란 시 전집』등, 시집『먼 길을 움직인다』『기룬 어린 양들』등. 현직 안양대 국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