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가창력/ 홍지호

검지 정숙자 2017. 2. 12. 02:24

 

 

    가창력

 

    홍지호

 

 

  내가 좋아하는 가수는 노래를 못한다네

  가수는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지만

  노래를 부른다고 모두 가수가 될 수는 없다네

 

  노래는 노래를 낳지만

  가수가 가수를 낳는 건 아니라네

 

  호흡

  호흡이 짧은 그는 자주 숨을 쉬어야 하며

  선곡

  언제나 저음과 고음이 많은 어려운 노래를 고른다네

  한 번도 노래를 가지고 놀아본 적이 없다네

 

  히트곡

  아무도 그의 노래를

  기억하지 않는다네 다만

  그는 노래를 끝까지 부르는 가수고

  노래를 잘하지 못한다네

 

  무대에서

  떨고 있다네

  떨림만이 그의 노래를 지탱하고 있다네 떨림으로

  밴드는 멈추지 않는다네

  노래한다네

 

  내가 좋아하는 가수는 노래를 못한다네

  그것은 슬픈 일이라네

 

  그것이 슬픈 일인 이유는

  노래가 끝나도 아무도 박수치지 않아서

  앙코르를 외치지 않아서도 아니라네

 

  노래를 못하는 그에게도 노래가

  전부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도

 

  노래가 끝나고 그가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울고 있었기 때문도 아니라네

 

  내가 그를 좋아하기 때문이라네

 

  언제나 누군가 누군가를 좋아하기 때문이라네

     -전문, 『시인동네』2016. 여름호

 

     --------------

  *『시와표현』2017-2월호 <신예시인 초대석/ 근작시>에서

  * 홍지호/ 2015년『문학동네』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