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내 곁에 온 자작나무/ 송종규

검지 정숙자 2017. 2. 12. 02:13

 

 

    내 곁에 온 자작나무

 

    송종규

 

 

  그는 최대한 큰 나무이고

  그는 집요하게 슬픈 책이다

 

  그에 관한 어떤 기록도 남아있지 않지만

  어떤 결단으로 이루어지는 소망이 있다면 그는

 

  하나의 획 안에서 발화하는 기적 같은 별빛의 찰나가 되고자 할 것이다

 

  태양과 편서풍과 맨드라미 같은 거 말고

  새벽에 내리는 첫눈도 말고

  울컥, 뜨거운 것이 관통해 가는 아픈 연애사도 말고

 

  내가 슬픔에 파묻혀 있었던 어느 날 밤

  그는 커다란 등을 내어준 적 있고

  나는 그에게 내 슬픔의 한쪽을 떼어 준 적 있다

 

  우리는 잠시, 허무도 적멸도 아닌 지점에서 서식하는 빛줄기 같았다

 

  그는 최대한 오래된 새이고

  그는 획기적으로 생략된, 하나의 단문이다

     - 전문,『현대시학』2016.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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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표현』2017-2월호 <중견시인 초대석/ 근작시>에서

  * 송종규/ 『심상』으로 등단, 시집『공중을 들어올리는 하나의 방식』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