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일
조오현
한나절은 숲 속에서
새 울음소리 듣고
반나절은 바닷가에서
해조음 소리를 듣습니다
언제쯤 내 울음소리를
내가 듣게 되겠습니까
-전문-
▶ 이렇게 읽었다 _ 강병천(시인, 한성대 객원교수)
우리는 축구공보다는 큰 쇳덩어리 행성 지구에 갇힌 공기를 어항 속의 금붕어처럼 마시고 산다. 수년 전 이탈리아 몬차 시의 시의회는 금붕어를 둥근 어항에 키우는 행위를 금지하는 시 조례를 의결하였다. 발의자에 의하면 물고기를 둥근 어항에 키우는 것은 잔인한 행위로 물고기가 실재(reality)의 왜곡된 상을 본다는 것이다.
우리를 태우고 있는 지구는 시속 1,770km 속도로 태양을 돈다. 우리 은하에는 천억 개 이상의 태양계가 있고 우리 은하 밖으로 천억 개 이상의 다른 은하가 관측 가능하다면, 4차원 지구에서 세상과 우주를 보는 눈은 어항 속 금붕어의 시각과 다를 것이 없다. 우주를 진리로 다스리는 우주 의회가 있다면 몬차 시의회와 같은 결의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지난 3월 UC버클리 대학 동아시아문화연구소 초청으로 데이비드 바우어 센터에서 설악무산 스님을 모시고 한국의 시조와 스님의 시조를 소개하는 국제적인 무대가 마련되었다(설악무산 그리고 데이비드 맥켄, 하인즈 인수 펜클 교수를 비롯하여 샌프란시스코 인근의 문인과 문학도들이 홀을 가득 메웠다. 큰스님은 권영민 교수와의 대담에서 "내 절간 생활이 참선이야. 선과 시는 한마음이야."라고 하셨다. 큰스님의 한평생은 선이고 큰스님의 시는 선심에서 나온 것이다. 이 영혼의 대담을 듣고 시심에서 비롯한 스님의 일상을 그려보았다.
"언제쯤 내 울음소리를 내가 듣게 되겠습니까?"
귀국 길에 하루 짬이 있어 큰스님을 모시고 천 년이나 만 년이나 사는 원시림(뮤어 우즈 국립 천연 기념물)에 갔다. 큰스님께 여쭈었다.
"삶이 힘듭니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시인 T.S. 엘리엇의 쿠마의 이야기로 비롯되는 '모더니즘' 시상을 떠올리자 큰스님께서 답하셨다.
" 이 수천 년 된 숲과 나무들이 오늘 이 시간에 강 사장 만나려고 이렇게 예비하고 오지 않았나. 온 세상 만물이 다 자네를 위하여 예비된 걸세."
21세기의 위대한 시인은 온 우주 만물이 위대한 설계로 실재를 이루는 경이를 말씀하신다. 내 울음소리는 기쁨의 울음소리 같다.
※ 출처:『유심』2015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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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성훈 편저_설악 무산, 한글 禪詩『이 · 렇 · 게 · 읽 · 었 · 다』/ 2015.3.12. 초판, 2016.5.10. 증보판 <도서출판 반디>발행
* 조오현(필명)/ 법명:무산(霧山), 법호:설악(雪嶽), 자호: 만악(萬嶽), 대충(大蟲)
* 편저자 권성훈/ 한신대학교 종교학과, 경기대학교 대학원 국문학과에서 「한국현대시에 나타난 치유성 연구」로 박사학위 취득, 고려대학교 국문과에서 「한국 종교시에 나타난 치유성 연구」로 박사후과정을 수료했다. 계간 『작가세계』신인상 수상, 시집 『유씨 목공소』, 저서『시치료의 이론과 실제』『폭력적 타자와 분열하는 주체들』『정신분석 시인의 얼굴』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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