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장철환_광장 그리고 분노의 물매(발췌)/ 생체-나무 : 주영중

검지 정숙자 2017. 2. 6. 18:36

 

 

    생체-나무

 

    주영중

 

 

  당신 생각은 불법이야, 살인적 리듬이 숨 쉬는 곳

  당신의 광장에는 내일이 없지

 

  幻影이야, 여름아

  얼어버린 물방울이 고요하게 폭발한다

 

  도시의 끝에서, 한강 철교 너머에서

  장마전선을 끌어올리며 우는 자귀나무

  진앙지는 바로 나였다

 

  거리의 속살 사이로 파고드는 질풍 같은 리듬

  생활을 잊은 듯 질주할 것

  리듬이 바뀌는 순간, 구피의 꼬리 같은

  악몽의 시간으로 진입할 것

 

  생환하라, 陰畵

  생체-나무가 흔들리는 속도에 대해

  꽃의 카오스에 대해 생각한다

 

  분노는 겨우 바깥에서 터지는 꽃 - 용납할 수 없는 자귀 꽃의 슬픔이

오늘의 술잔 속에서, 어진 사람의 입에서 혹은 묻지 마 살인자의 칼끝에

서 터진다

 

  리듬을 앓는 내 입과 눈썹의 기울기, 운명의 창밖으로 날카로운 나무

들이 이동한다

  바람이 구름을 밀어내듯

  초록의 잎들이 비밀을 누설하고 있다

 

  조문 받는 느낌이랄까, 갑갑한 발로부터 이륙하라

  도시 상공에 구멍을 뚫는 처녀-새의 울음

  불을 옮기는 역린

 

  생활의 언명을 거스르는 태풍처럼

  오렌지가 피워내는 곰팡이들

  녹색의 포자들은 지구의 리듬으로 날아가고

  생활이 알리바이를 앓는다

      -전문-

 

 

  그 광장 그리고 분노의 물매(발췌)_ 장철환

  "생체-나무"에서 "생체"와 "나무"의 이질적인 결합을 표상하는 "_"가 함의하는 것은 전이의 순간이다. 고요하게 폭발하는 "얼어버린 물방울"과 "장마전선을 끌어올리며 우는 자귀나무"에서 시적 주체가 발견하는 것은 "리듬이 바뀌는 순간이다. 그렇다면, "진앙지는 바로 나였다"는 자각으로부터 개시된 '나'의 리듬의 변주는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생활을 잊은 듯 질주할 것", 그리하여 "악몽의 시간으로 진입할 것" 전자는 일상적인 생활의 리듬으로부터의 탈주의 욕망을, 후자는 탈주의 방법을 설몀한다. 일상의 속박에서 벗어나는 데 있어 절박한 것은 전자이지만, 두려운 것은 후자이다. 왜냐하면 전자는 "생체-나무가 흔들리는 속도"로부터 가늠할 수 있지만, 후자는 "꽃의 카오스"로부터 추정 불가능한 미답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누가 "카오스"를 가늠할 수 있겠는가. 또한 "카오스"로부터 무엇이 산출될지는 알 수 없는 것처럼. 그러니까 지금 "생체-나무"의 전이는 명암이 뒤바뀐 "陰畵"의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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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2017-1월호 <현대시가 선정한 이달의 시인>에서

* 장철환/ 문학평론가, 2011년『현대시』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