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새울음나무 2/ 김기택

검지 정숙자 2017. 2. 6. 18:07

 

 

    새울음나무 2

 

    김기택

 

 

  잎 진 자리에 새울음이 돋아나고 있다

 

  팔랑거리며 휘날리며

  탄력 있는 곡선을 그리며

  아무 일 없다는 듯 나뭇잎들은

  마음껏 느릿느릿 떨어지고 있는데

 

  새울음 소리만 다급하다

  추위가 오기 전에

  다 울어야 한다는 듯

  남보다 먼저 울어야 한다는 듯

 

  바닥에는 낙엽들이 수북하지만

  아직도 떨어질 게 한참이나 남아서

  느긋한 나뭇잎들은

 

  떨어져도 그만 안 떨어져도 그만

  바람 타고 노닐며

  천천히 숲을 날아다니는데

 

  겨울이 와서 울음이 사라지기 전에

  얼른 울어야 한다는 듯

  울지 않는 울음을 다 비워야 한다는 듯

  새울음 소리만 호들갑이다

 

  떨어지는 둥 마는 둥

  빈둥거리는 나뭇잎들 사이로

  새울음 소리가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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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시』2017-1월호 <신작특집>에서

  * 김기택/ 1989년 《한국일보》신춘문예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