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울음나무 2
김기택
잎 진 자리에 새울음이 돋아나고 있다
팔랑거리며 휘날리며
탄력 있는 곡선을 그리며
아무 일 없다는 듯 나뭇잎들은
마음껏 느릿느릿 떨어지고 있는데
새울음 소리만 다급하다
추위가 오기 전에
다 울어야 한다는 듯
남보다 먼저 울어야 한다는 듯
바닥에는 낙엽들이 수북하지만
아직도 떨어질 게 한참이나 남아서
느긋한 나뭇잎들은
떨어져도 그만 안 떨어져도 그만
바람 타고 노닐며
천천히 숲을 날아다니는데
겨울이 와서 울음이 사라지기 전에
얼른 울어야 한다는 듯
울지 않는 울음을 다 비워야 한다는 듯
새울음 소리만 호들갑이다
떨어지는 둥 마는 둥
빈둥거리는 나뭇잎들 사이로
새울음 소리가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
--------------
*『현대시』2017-1월호 <신작특집>에서
* 김기택/ 1989년 《한국일보》신춘문예로 등단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권온_시적 언어의 방법적 변용(발췌)/ 카프카적인 퇴근 : 정재학 (0) | 2017.02.07 |
|---|---|
| 장철환_광장 그리고 분노의 물매(발췌)/ 생체-나무 : 주영중 (0) | 2017.02.06 |
| 유성호_가파른 현재형과 맞서 고투하는 시인들의 서정(발췌)/ 고독사에 대한 보고서 : 공광규 (0) | 2017.02.05 |
| 수염이라는 남자/ 박해람 (0) | 2017.02.05 |
| 긍정적인 공기 속에서 밤의 귀가/ 이장욱 (0) | 2017.0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