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사 리바이벌 - 다시 읽어보는 오늘의 명시집!!!>
쓸모없는 친구
김광규
거머리처럼 달라붙은 것이 아니었다
애초에 무슨 용건이 있어서
만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빚 갚을 돈을 빌려주지도 못하고
승진 및 전보에 도움이 되지도 못하고
아들딸 취직을 시켜주지도 못하고
오래 사귀어보았자 내가
별로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것을
그는 오래 전에 깨달았고
나도 그것을 오래 전에 알아차렸다
그래도 내가 모른 척하는 것을
그도 오래 전에 눈치 챘을 터이다
만나면 그저 반가울 뿐
서로가 별로 쓸모없는 친구로
어느새 마흔다섯 해 우리는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전문-
▶ 그 모든 쓸모없음에 대하여_ 조동범(시인)
쓸모없음에 대하여 생각해본다. 반대로 쓸모 있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 우리는 쓸모없다고 여기는 작은 것들의 가치를 이미 알고 있지만, 우리 삶이 맞닥뜨리는 쓸모없음은 그런 것이 아니다. 실용적 가치와 사적 이익이 배제된 것들이 더는 우리에게 그 어떤 쓸모도 제공해줄 수가 없다는 것은 우리 스스로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쓸모 있다는, 무엇인가 소용에 닿는다는 것은 소중하고 감사한 일이지만 그것이 계량화된 가치와 실리라는 영역에 머물 때, 그것은 그 어떤 의미도 지닐 수 없는 것으로 전락하게 된다. 오히려 모든 가치와 계산으로부터 놓인 쓸모없음일 때, 그것이야말로 우리 삶의 진정한 가치를 보여주는 쓸모 있음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삶의 모든 가치가 물화 된 것으로 뒤바뀔 때, 사소하지만 소중한 것들은 어느새 사라져버리고 그 자리에는 쓸모 있다고 여기는 것들만 남게 된다. 당연히 현대의 쓸모는 물질적 가치와 사적 이익의 범주 안에서 판단된다. 물질적 가치와 사적 이익을 전하지 못하는 것들은 그것들의 여러 긍정적인 덕목에도 불구하고 쓸모없는 세계를 향해 끊임없이 추락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현대세계 속에서의 쓸모는 삶의 본질이나 정신적 가치와 유리된 개념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의 삶이 그런 쓸모만을 향해 나아가고자 할 때, 쓸모없는 것들의 가치는 더욱 소중하고 애틋해진다.
시인은 "용건이 있어서/ 만난 것이 아니"어도 좋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어 내가 당신에게 빌려줄 돈이 없어도, "승진 및 전보에 도움"이 되지 못해도, "아들딸 취직을 시켜주지" 못해도 좋다고 말한다. 쓸모없어진 나를 그는 이미 알고 있지만, 그 역시 이러한 나에게 무엇 하나 바라는 것이 없기는 매한가지이다. 우리의 삶이 쓸모 있음을 향해 맹렬하게 나아갈 때도, 우리는 쓸모없는 것들의 소중함을 알기에 더더욱 쓸모없음의 세계를 끌어안으려고 한다. 우리는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쓸모없음의 모든 소중한 가치를 말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쓸모 있음의 사회 속에서 그 모든 쓸모없음을 떠올리며 그것을 그리워한다. 쓸모없음은 우리가 간절하게 원하는 모든 것들을 의미한다. 쓸모없는 삶을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태도. 그것이야말로 삶에 대한 가장 진솔하고 성의 있는 자세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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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사』 2016. 11-12월호(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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