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용도 변경/ 하린

검지 정숙자 2017. 2. 1. 13:10

 

 

    용도 변경

 

    하린

 

 

  여기, 아주 천천히 놀이터가 어두워지는 걸 혼자 지켜보는 아이가

있다

  저기, 낭만적으로 아이를 감시하는 불 꺼진 창문이 있다

 

  손가락을 잊은 듯 이름은 쉽게 감춰진다

  버려진 게 아니라

  부재를 잠깐 허락했을 뿐이라고 바람이 위로할 때

 

  체념을 복습하던 그네는 멈추고

  시소는 끝내 수평을 버리고

 

  아이 몰래 어른이란 짐승이 자라고 있었던 걸까

  마지막 울음이 선언이었던 걸까

 

  모든 친절과 속물이 이해되기 시작하니,

 

  어떤 어른은 반드시 저녁에 시작된다

  당신이 그랬듯이, 당신의 허무가 그랬듯이

 

  지금부터 아이의 보호자는 어둠이다

  한 가지 색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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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사』2016. 11-12월호 <신작특집>에서

  * 하린/ 2008년『시인세계』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