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시간
여태천
두 사람이 늦은 점심을 먹고 있다.
오후 2시 민방위 사이렌이 울리자
마치 멈춰 있었던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숟가락을 들고 있다.
한 사람이 무슨 말을 하려는 듯 입을 오물거리자
한 사람이 그러지 말라는 것처럼 눈을 찡그린다.
한 사람의 입과 또 한 사람의 눈 사이로
사십 년의 오후가 자막처럼 지나간다.
중얼중얼 사라지고 있다.
한 사람이 입안에 남은 음식을 삼키려다
사래에 걸렸는지 연신 기침을 한다.
기침을 할 때마다 고개가 앞뒤로 크게 흔들렸지만
그래도 움직이지 않으려고 애쓴다.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자보며
가느다란 시간을 건너가고 있다.
-전문, 『계간 파란』2016. 가을
▶ 공동 감정의 가연성 연료(발췌)_ 전소영
두 사람이 늦은 점심 식사 자리에 마주해 있다. 식탁은 지극히 일상적인 장소이자 생존과 직결된 가장 근본적이고 내밀한 시공이다. 곧 사이렌이 울린다. 정지를 통보하는 알림이다. 한쪽의 솓가락은 입데 닿지 못한 채로 멈춰 있고, 다른 한쪽의 입안에서 음식은 온전히 삼켜지지 못한다. 사이렌이라는 기표는 길고 지난한 역사를 함의로 지닌다. 그것은 재앙의 여지를 예보하고, 그것을 빌미 삼아 삶이 통제 될 수 있는 가능성 또한 담보하고 있다. 사이렌이 울릴 때 정지하는 것은 종용된 약속이다. "사십 년의 오후" 동안 그것을 내면화해 온 두 사람은 "그래도 움직이지 않으려고 애쓴다." / 그러나 우리는 사이렌에 식탁마저 저당 잡힌 두 사람의 표정을 짐작할 수 있다. 태연을 가장한 불안, 익숙해진 불편, 그런 것들로부터 빚어지는 수척한 슬픔 같은 것들. 그러나 다행이지 않은가.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에 각인된 그 감정을 바라보며 "가느다란 시간을 건너가고 있다." 이렇게 적어도 되겠다. 이들이 여리디여린 삶을 '함께' 견디게 하는 것은 둘 사이에 공유된 표정-감정이다. 그 감정 안에 있어 이들은 서열도 위계도 없는 그냥 "두 사람"으로 불린다. 공동의 감정으로 공동의 지대가 형성될 수 있음을 '그려 낸' 시를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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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파란』2016-겨울호 <criticism>에서
* 전소영/ 2011년 『문학사상』을 통해 문학펑론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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