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도시여 제발/ 윤고방

검지 정숙자 2017. 1. 21. 11:49

 

 

    도시여 제발

 

    윤고방

 

 

  나를 부르지 말게나

  부끄러운 내 손을 이제 그만 놓아 주게

 

  싸늘한 가슴을 쓸어내리며

  째깍째깍 초침 소리에 맞춰

  시대의 영묘한 부름에

  단 한 번도 속시원히 대답한 적 없는

  세상의 빈틈없는 경영 전략에

  눈치 빠른 박수 한 번 쳐보지 못한

 

  이 미련한 나를 용서하지 말게나

  변두리 길거리로 몰아내도 괜찮네

  아주 그냥 하늘나라 청소부나

  용궁 문지기로 강등시켜도 괜찮지마는

 

  속이 죄다 내비쳐 보이는 이웃들과

  어여쁜 미물들이 다스리는 산골 아래

  흰 강아지와 검정 고양이들이

  국경을 지키는 나라에 살겠네

 

  평생 흘린 식은땀을 씻어낼 때까지

  도시여 제발

  날 좀 그냥 내버려 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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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토피아』2016-겨울호 <신작시>에서

  * 윤고방/ 1978년 『현대문학』초회 추천, 1982년『한국문학』으로 등단, 시집 『하늘 가리고 사는 뜻은』『낙타와 모래꽃』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