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프랑시스 잠
우리 집 식당에는 윤이 날 듯 말 듯한
장롱이 하나 있는데, 그건
우리 대고모들의 목소리도 들었고
우리 할아버지의 목소리도 들었고
우리 아버지의 목소리도 들은 것이다.
그들의 추억을 언제나 간직하고 있는 장롱,
그게 암 말도 안 하고 있다면 잘못이다.
그건 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까.
거기엔 또 나무로 된 뻐꾹새도 하나 있는데,
왜 그런지 소리가 나지 않는다.
난 그것에 그 까닭을 물으려 하지 않는다.
아마 부서져 버린 거겠지.
태엽 속의 그 소리도.
그냥 우리 돌아가신 어르신네들의 목소리처럼.
또 거기엔 밀랍 냄새와 잼 냄새, 고기 냄새와 빵 냄새
그리고 다 익은 배 냄새가 나는
오래된 찬장도 하나 있는데, 그건
우리한테서 아무것도 훔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충직한 하인이다.
우리 집에 많은 남자들이, 여자들이
왔지만, 아무도 이 조그만 영혼들이 있음을 믿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 나는 빙긋이 웃는 것이다.
방문객이 우리 집에 들어오며, 거기에 살고 있는 것이
나 혼자인 듯 이렇게 말할 때는
안녕하신지요, 쟘 씨?
-전문-
▶ 천진성의 시인 프랑시스 잠(발췌) _ 손진은
잠에게 가구는 집의 내력을 알고 있는 존재이며, 시인의 가장 은밀하고 가까운 친구이다. "윤이 날 듯 말 듯한 장롱"은 우리 조상들의 목소리를 들은 존재이고, 나무 뻐꾹시계는 "돌아가신 어르신네들의 목소리처럼" 소리가 나지 않는다. 또 정다운 음식 재료 냄새가 나는 오래된 찬장은 충직한 하인의 모습으로 형상화된다. 이런 인격으로 환치된 사물은 사람과 일체가 된 체온을 가진 존재이다. 그러나 사물과 나를 엄격히 구분하는 타자들은 나와 대화를 하는 이들 존재에게 아는 체를 하지 않는다. 이 때ㅔ "나는 빙긋이 웃"어 줄 뿐인 것이다. 마치 존재의 비밀을 아는 사람은 함부로 지껄이지 않는다는 듯이. / 잠에게 사물은 선명한 추억의 자리거나 사건, 혹은 일화를 거느리면서 기억의 중심으로 기능한다. 화자는 현재의 사물을 통해 기억의 세계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생 체험의 깊이와 실감도 더해진다. 그런 점에서 잠은 영혼이 참 맑은 시인이다. 잠이 가진 정서와 감각은 인간의 감정 밑바닥에 존재하는 것이어서 모두가 공감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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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刊文學』2017-2월호 <세계의 문학을 바라보다|프랑스>에서
* 손진은/ 시인, 경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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