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시

성직(聖職)/ 제임스 조이스 : 김종건 옮김

검지 정숙자 2017. 4. 8. 12:18

 

 

    성직(聖職)

 

    제임스 조이스/ 김종건 옮김

 

 

  나는 나 자신에게

  정화(淨化)   청결(Katharsis-Purgative)이란 이름을 지어 주리라.

  시인들의 문법서(文法書)[역주: 조이스가 모은 당대 시인들의 파격시집]를 지지하기 위하여 

  갖은 일 다 제쳐놓고

  나는 선술집과 유곽으로

  지해로운 아리스토텔레스의 마음을 동반하면서,

  탄창(彈唱) 시인들이 그들의 잘못을 엄두도 못 내도록

  나는 여기 해설자가 되어야겠다.

  그러니 이제 나의 입술로부터

  소요학파(逍遙學派)의 학식을 들어 보라.

  하늘나라로 들어 가거나, 지옥을 여행하거나

  불행하게 되거나, 참혹하게 되거나,

  인간은 철저한 방종의 안일이 절대로 필요하다.

  진실하게 태어난 모든 신비주의자들에게는

  단테와 같은 사람이야말로, 편견이 없으며,

  그 대신 노변에 편히 앉아

  이교(異敎)의 극단을 모험하는 자이다,

  마치 역경을 생각하면서도

  식탁에서는 즐거움을 발견하는 자처럼,

  상식에 의하여 자신의 생애를 다스릴 때

  인간은 어찌 열정적이 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나는 저 침묵의 무리들[역주: 조이스를 제외한 Yeats 등 Abbey 극장을 중심으로 아일랜드의 문예부흫을 주창하던 당대의 문인들]의 한 사람도 되어서는 안 되겠다.

  금으로 아로새긴 갤트족[역주: 아일랜드 外邊人들, 즉 스코틀랜드 및 웰즈人들]의 술 장식을 그[역주: Yeats]가 걸칠 때,

  그를 찬양하는 마음 들뜬 귀부인들의 경박성을

  서둘러 만족시키는 자와는   

  아니면 왼종일 맹숭 맹숭

  그의 연극 속에 잔소리를 섞어대는 자[역주: John Synge]와는   

  아니면 자신의 행동으로 하여

  "풍채 좋은" 몸가짐을 더 사랑하는 체 하는 자[역주: Oliver Gorgarty]와는   

  아니면 해즐팻취(Hazelpatch)의 백만장자들에게

  졸작을 연기(演技)하고는

  단식일이 지난 뒤에 울면서

  그의 온갖 이교도적 과거를 고백하는 자[역주: Padraic Colum]와는   

  아니면 모자를 밀짚이나 십자가에 고정하지도 않으면서[역주: 성실한 교인이 아니면서],

  모든 사람들에게 가난한 차림이야말로  캐스티일(Castile)의 예의임을 보여주려 하는 자[역주: W. K. Magee>]와는   

  아니면 그의 존경하는 주인을 사랑하는 자[역주: George Russell의 추종자인 Geogre Roberts]와는   

  아니면 술을 공포 속에서 마시는 자[역주: James S. Starkey]와는   

  아니면 침대에 나긋이 누워 머리 없는 예수 그리스도를 보고,

  에스키러스의 오랜 잊혀진 작품들을,

  우리들의 평판을 얻으려고 끈질기게 애쓰는 자[역주: George Russell]와는   

  그러나 내가 말하고 있는 이 모든 자들은 

  나를 그들 도당의 우두머리로  삼고 있다.

  그들은 덧없는 꿈을 꾸고 있을지 모르지만

  나는 그들의 불순한 풍조(風潮)를 빼앗아 버린다.

  왜냐하면 나는 그들을 위하여 나의 왕관을 잃어 버리고,

  위대한 어머니인 교회가 그 때문에 나를 저버린

  그 따위 일들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나는 비겁한 자들을 위로하고

  내 정화의 성직(聖職)을 완수한다.

  나의 주홍빛이 그들을 모직과도 같이 하얗게 만든다.

  나로하여 그들은 배불뚝이를 순화시킨다.

  수녀 같은 광대들에게 모조리

  나는 감독 대리처럼 행동한다.

  그리고 수줍고 신경질적인 모든 아가씨들에게

  나는 비숫한 친절의 봉사를 한다.

  왜냐하면 나는 놀라는 일 없이

  그녀의 눈 속에 우울한 미(美)를,

  나의 부패한 "욕망"에 대처할

  아름다운 처녀의 도전을 찾아내기 때문이다.

  우리가 공공연히 만날 때마다

  그녀는 결코 그것을 생각하는 것 같지 않다.

  그녀가 밤에 침대에 묻혀

  그녀의 허벅지 사이에 내 손을 느낄 때

  내 귀여운 님은 밝은 차림을 하고

  부드러운 열망의 불길을 느낀다.

  그러나 제물신(祭物神) (Mammon)

  리비아탄 (Leviathan)[역주: 물에 사는 거대한 짐승, Joyec를 암시함]을 파문하고 

  저 숭고한 정령은 늘상

  제물신의 무수한 종들에 대항하여 싸운다,

  그들 또한 제물신이 부과하는 격멸에서

  언제나 면죄될 수는 없다.

  나는 저 멀리 잡색의 무리들의 비틀거림을

  눈 돌려 바라본다,

  내가 지닌 힘을 증오하는 저 무리들은

  아퀴너스의 학파 속에 무장되어  있다.

  그들이 몸 굽혀 기어가며 기도하는 곳에

  나는 두려움 없이 숙명처럼 서 있다,

  동지(同志)도 없이, 친구도 없이, 혼자서,

  청어뼈와도 같이 냉철하게,

  사슴뿔을 공중에 뻔적이며

  산봉우리와도 같이 굳세게,

  그들로 하여금 대차대조표(貸借對照表)[역주: 특정시기에 있어서 기업의 손익대조표]에 어울리도록

  알맞게 행동하게끔 내버려 두라.

  그들이 힘들여 무덤에 이를지라도

  그들은 결코 내 정신을 빼앗지 못할 뿐 아니라

  내 영혼을 그들의 영혼과 결합시키지 못하리라,

  억만 년(億萬年)이 다한다 해도.

  그리고 그들이 문간에서 나를 쫓아 버린다 해도,

  나의 영혼이 그들을 영원히 쫓아 버리리라.

    -전문-

 

 

  ◀ 해설   聖職 (The Holy Office)

  조이스는 1904년 더블린에서 유럽으로 떠나기 약 두 달 전에 이 풍자적 誹謗詩를 썼다. 그는 이 시를 인쇄했으나 인쇄비를 지불하지 못하여, 이듬해 다시 폴라(Pola)에서 이를 인쇄하여 더블린에 있는 동생에게 보내 더블린 시내 아는 사람들에게 배포토록 하였다. 이 詩에서 조이스는 당대의 아일랜드 시인들, 특히 예이쯔와 럿셀, 그리고 그들의 추종자들을 한데 묶어 위선과 자기자만에 찬 人物들로 비난하고 있다. 그들은 肉體만 있을 뿐 그들의 정신은 女性의 「새침」에 유사함을 그들의 작품을 통하여 의심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강직성과 솔직성을 언제나 자부했으며, 이러한 기질을 『스티븐 히로우』(Stephen Hero) 에나 『더블린 사람들』의 최초의 몇몇 이야기들 속에 드러내고 있던 조이스는 아리스토텔레스를 기독교의 儀式에 연결함으로써 그의 자신의 聖職은 이상의 광대詩人들이 숨기고 있는 감정의 淨化(katharsir)임을 주장한다. 그는 자신의 우상이었던 입슨과 니이체의 도움으로 山頂에 섬으로써 이들 광대들을 呱呱의 소리로 비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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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임스 조이스 詩集』에서/ 1981. 6. 10. 발행 

  * 제임스 조이스(James Joyce, 1882~1941)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 출생, 1900년에 논문「입센의 신극」이 《포트 라이트리 리뷔》에 실림, 대표작 『젊은 예술가의 초상』『실내악』,『율리시이즈』『피네간의 경야』, 격문(激文)『분화구로부터의 개스』, 취리히에서 복부수술을 받은 뒤 그곳에서 별세.

  * 김종건(金種建)/ 서울대-서울대 대학원 영문과 졸업, 미국 Tulsa 대 대학원 영문과 졸업(석사 및 박사, 1971~1977), 제9회 한국번역문학상 수상, 아일랜드-더블린 현지 답사(1976), 현 중앙대 영문과 교수(1981년 당시) 저서『율리시이즈와 모더니즘』, 역서 조이스 作『율리시이즈』· 리쯔 作『제임스 조이스』, 주해서 조이스 作『율리시이즈』(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