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시

비/ 아타카와 효(阿手川飄) : 한성례 옮김

검지 정숙자 2017. 1. 12. 14:34

 

 

   

 

   아타카와 효(阿手川飄)

 

 

  비는 내리는 것이 아니다

  두드려서 부른다 옛날을

  그 어느 거리에도 남아있지 않은 광경을

  그런데도 심장 뒤쪽에 꺼림칙하게

  숨어 있는 것을

 

  사람들은 사는 것처럼

  살고 있지 않다 나도 그것이

  어떤 수상(受像)이었는지 확실히

  되살리지는 못한다.

  몸을 굳건히 해서 다시 한 번

  앞가슴을 쥐어짠다

 

  쇠약해져가는 건 그 무엇의 탓도 아니다

  사람들은 말수가 줄었다 그럴만한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노인이 편의점 물건 하나를 슬쩍

  호주머니에 감춘다

  편의점 주인이 뒤쫓는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

  외국 군대의 비행장은 도시에 포위당해 있다

  수수께끼는 좀 더

  깊은 곳에 있다.

    

    -------------

  *『시와표현』2017-1월호 <세계시의 현장>에서

  * 아타카와 효(阿手川飄)/ 947년 일본 오키나와 현 나하시(沖縄県 那覇市) 출생, 오사카大阪외국어대학교 졸업, 오키나와 현청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후 퇴직, 주로 시와 비평을 중심으로 문필 활동을 하고 있다. '슈코(手稿)' 동인이며, 현재 오키나와의 시문학지 <아수라> 동인

  * 한성례1986년『시와 의식』으로 등단, 시집『실험실의 미인』, 일본어 시집『감색치마폭의 하늘은』『빛의 드라마』등, 한일 간 여러 번역서가 있으며, 특히 일본 시인의 시집을 한국어로, 한국 시인의 시집을 일본어로 다수 번역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