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아타카와 효(阿手川飄)
비는 내리는 것이 아니다
두드려서 부른다 옛날을
그 어느 거리에도 남아있지 않은 광경을
그런데도 심장 뒤쪽에 꺼림칙하게
숨어 있는 것을
사람들은 사는 것처럼
살고 있지 않다 나도 그것이
어떤 수상(受像)이었는지 확실히
되살리지는 못한다.
몸을 굳건히 해서 다시 한 번
앞가슴을 쥐어짠다
쇠약해져가는 건 그 무엇의 탓도 아니다
사람들은 말수가 줄었다 그럴만한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노인이 편의점 물건 하나를 슬쩍
호주머니에 감춘다
편의점 주인이 뒤쫓는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
외국 군대의 비행장은 도시에 포위당해 있다
수수께끼는 좀 더
깊은 곳에 있다.
-------------
*『시와표현』2017-1월호 <세계시의 현장>에서
* 아타카와 효(阿手川飄)/ 947년 일본 오키나와 현 나하시(沖縄県 那覇市) 출생, 오사카大阪외국어대학교 졸업, 오키나와 현청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후 퇴직, 주로 시와 비평을 중심으로 문필 활동을 하고 있다. '슈코(手稿)' 동인이며, 현재 오키나와의 시문학지 <아수라> 동인
* 한성례/ 1986년『시와 의식』으로 등단, 시집『실험실의 미인』, 일본어 시집『감색치마폭의 하늘은』『빛의 드라마』등, 한일 간 여러 번역서가 있으며, 특히 일본 시인의 시집을 한국어로, 한국 시인의 시집을 일본어로 다수 번역함
'외국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손진은_천진성의 시인 프랑시스 잠(발췌)/ 식당 : 프랑시스 잠 (0) | 2017.01.25 |
|---|---|
| 남방의 쇠락/ 치아휘펭 지음 : 한성례 옮김 (0) | 2017.01.18 |
| 장석주_"처남들과 처제들"의 세계에서(발췌)/ 어떤 책 읽는 노동자의 의문 : 베르돌트 브레히트 (0) | 2016.11.08 |
| 신들의 엑스터시/ 아사토 에이코(安里英子)/ 한성례 옮김 (0) | 2016.09.06 |
| 9 못된 유리 장수 / Ch. 보들레르 / 정기수 옮김 (0) | 2016.08.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