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방의 쇠락
치아휘펭(惠平謝) : 한성례 옮김
이 강은 오랜 옛날부터 지금까지 거꾸로 흘러왔다.
붉게 흙탕물을 일으키며 거꾸로 흘러왔다. - '칼랑 강', 1986년
운명처럼 나아가는 증기선의 꼬리를 물고
남지나해의 몬순은 그를 돌진하게 만든다
말레이반도의 남단을 향해
섬의 남쪽 강둑에 올라 선 그
나무로 지은 강둑 위 오두막집에
터를 잡고 살아가며
몸은 갈대처럼 말라
그저 물 위에 퍼진 채로
점점 물러나는 해안선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그
남방으로 쫓겨난 한유*의 자손처럼
악어가 출몰하는 해안을
어쩌지 못하는 운명, 그 외로운 경계심으로
사람들 사이를 떠돌며
거친 가죽 같은 이름을 남기기도 하지만
세월이 흘러 방황을 끝내기로 한 그
강의 습지를 가득 채운 맹그로브 나무들
자신의 고국 풍광을 훔치고
꿈속 북방의 거대한 강을 숨기기에는
고통이 몹시도 커서 돌연 향수를 휘감아 돈다
게들의 터전인 열대의 질퍽이는 토양에 묻혀
분쟁의 땅
일찌기 알아버렸지; 울적한 거대한 강이 동쪽으로 흐른다는 걸
움츠러드는 정서의 지형을 건너
적도에 키워놓은 키 작은 조롱박 한 줄기
작지만 굳건하게 자리 잡은
서서히 생이 떨어져 나가지만
한마디 말도 못하고 고통을 견뎌내야 하는
쇠락한 남방에서
-전문-
<옮긴이 주>
* 한유(韓愈, 768-824) : 한문공(韓文公)이라고도 불리었으며, 문장가로 명성이 높았던 당나라 시대의 시인이자 철학자, 정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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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층』2016-겨울호 <해외시단산책/ 싱가포르의 시인들>에서
* 치아휘펭(惠平謝)/ 1957년 싱가포르 출생, 시집 『납치의 시대』『늘어진 맹신』등 8권, 1982 · 1993년 싱가포르 '황금사자 문학상', 1990 · 1994년 '싱가포르 도서발전심의회 도서상', 2008년 '싱가포르 문학상; 2009년 '동남아시아 작가상' 등 수상, 현재 싱가포르 작가협회 회장
* 한성례/ 1955년 전북 정읍 출생, 세종대학교 일문과와 동 대학 정책과학대학원 국제지역학과 일본 전공 석사 졸업/ 1986년『시와 의식』으로 등단/ 한국어 시집『실험실의 미인』, 일본어 시집『감색치마폭의 하늘은』『빛의 드라마』등/ '허난설헌문학상', 일본 '시토소조상'을 수상/ 번역서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붓다의 행복론』 등이 한국 중고등학교 각종 교과서의 여러 과목에 게재/ 마루야마 겐지의『달에 울다』, 무라카미 류의『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히가시노 게이고의 『백은의 책』, 잇시키 마코토의『암호해독사』, 호소다 덴조의『골짜기의 백합』, 고이케 마사요의 『동트기 전 한 시간』등 일본시인의 시집을 한국어로, 정호승, 김기택, 안도현 등 한국시인의 시집을 일본어로 번역하는 등 한일 간에서 다수의 시집을 번역. 현 세종사이버대학교 겸임교수. hansungre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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