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아웃사이더/ 한성희

검지 정숙자 2017. 1. 19. 01:07

 

 

    아웃사이더

 

    한성희

 

 

  그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이것밖에 없었다

  바닥에 등을 대고 누웠다 깊이 잠이 들듯

  더 이상 죽을 수 없도록 바닥을 눌렀다

  모든 게 나에게서 비롯되었다는 생각을 누르고

  바닥에 뼈까지 밀어 넣었다

 

  슬픔이 젖은 사람을 닮았는지

  오늘의 가득 찬 몸이 싫었는지

  그는 어제의 형상만 고집했다

  오래된 무덤처럼

  오랫동안 지워지는 것에 익숙했다

 

  혹시 외로움이나 먹먹함을

  나에게서 배웠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는 나를 괴롭게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달의 몸 한쪽부터 어둠이 베어 먹을 때도

  끈질기게 나를 붙들고는

  그렇게 기다리는 거야 읊조리며 눈꺼풀을 감았다

 

  그는 내 몸 한 부분에 붙어있으면서도

  나에게 들어오려고 하지 않았다

  한때 연둣빛 목숨을 땅바닥에 밟아버렸다

  그는 안과 밖이 검정만큼 고요했다

 

  그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이것밖에 없었다

  땅바닥에 등을 대고 누웠다 깊은 상처를 재우듯

  더 이상 깨어날 수 없게 그를 눌렀다

  그를 짓누르다가 그만 내가 그에게 들어갔다

 

  먹구름이 우리에게 두껍게 가슴을 덮어주었고

  사나흘 눈물까지 흘려주었다

  모든 게 나에게서 비롯되었다는 생각처럼

  굵은 물줄기들이 땅을 밟고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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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층』 2016-겨울호 <다층시단>에서

   * 한성희/ 2009년『시평』으로 등단, 시집 『푸른숲우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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