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갈필/ 김제김영

검지 정숙자 2017. 1. 20. 00:10

 

 

    갈필

 

    김제김영

 

 

  돌기둥들이 흰 먹을 갈고 있다

 

  파지(破紙) 갈무리했던

  검푸른 서랍을 열면

 

  아버지 일기장에 갇혔던

  묵향이 수평선까지 번져 나갔다

 

  왕작살나무 가느다란 가지가

  휘청, 눈썹달을 놓치는 순간

 

  가지 옆 우두커니 서 있던

  침묵이

  기억의 푸른 괄호를 풀었다

 

  등지느러미 너울거리는 등댓불은

  난바다까지 길게 걸었다

 

  꿈의 한 획도 그어보지 못한 채

  청년 아버지는

  외마디 비명도 없이, 부서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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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층』 2016-겨울호 <다층시단>에서

  * 김제김영/ 1996년 시집『눈감아서 환한 세상』으로 작품활동, 시집 『다시 길눈 뜨다』『나비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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