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박은석
과거에서 소녀들이
<문학의 밤> 포스터를 붙이고 있다
아버지는 동쪽 하늘 귀퉁이를 걷어다
구상나무에 걸쳐 놓고
새벽 송 무리들이 초저녁에 깔깔거리고
양말 한 쪽이 비는 밤이었다.
굴뚝 없는 집 아이는 선물이 없었다.
삼촌처럼, 이교도들이 전야제에 모여 앉아
술을 마시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다녔다.
집집마다엔 숨겨 놓은 메아리들이 많았다.
메아리를 대답이라고 믿지는 않았지만
세상에서 친절한 대답이라곤 메아리밖에 없었다.
눈꽃이 지천으로 피어났고 쌓이고
쉽게 녹곤 하였다.
상점 진열대엔 우주복들이 할인에 들어가고
나는 우주인이 되고 싶어
토끼 인형을 끌어안고 성탄절엔
아무도 없는 빈 방에서 카드를 읽었다.
몇 백 년 동안 이 변두리에서는
단 한 명의 성자도 태어나지 않았다
동네는 작았지만 동네 오빠는 많았던
동네는 커다란 엄마 같았다
아무리 들떠도 나는 둥둥 떠오르지 않았다
성탄절은 둥그랗게 둘러앉기 좋은 밤이고
저녁부터 새벽까지 찬송가들의
앞면과 뒷면을 모두 듣던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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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층』 2016-겨울호 <젊은 시인 7인선>에서
* 박은석/ 2015년 시집 《부산일보》신춘문예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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