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엑스터시*
아사토 에이코(安里英子)/ 한성례 옮김
겨울밤 여신들은 숲에 깃든다
마을을 등지고 있는 울창한 숲은 신의 숲
요란스레 포말 이는 산호초의 물보라도 이곳에는 닿지 못한다
인간의 발길을 허락지 않는 이 금기의 숲을
오직 이 날만은 선택받은 여신이 맨발로 걸어들어 간다
까만 머리를 정결하게 손질하고 하얀 옷을 단정히 입고서
신들의 숲길은 낙엽이 여러 겹으로 쌓여
맨발로 한발 한발 내딛을 때마다 마치
벨벳 융단이라도 밟는 듯
깊이 가라앉는다
맨발바닥에 삭은 식물의 온기가 느껴진다
발바닥의 감촉은 이윽고
여신들을 점점 더 황홀하게 유혹한다
여자들은 한발 한발 삭은 이파리에 발을 디딜 때마다
또렷하게 떠오른다
울창한 숲은
무방비인 여자들을 거친 해풍에서 지켜내고
겨울밤의 담요처럼 뜨겁게 여자들을 감싸안는다
맨발의 여자들이 발걸음을 일제히 멈추면
그곳은 신들의 집
여자들의 입에서는 금세 신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신들의 탄생을
많은 나라의 탄생을
사람들의 기쁨을, 괴로움을 노래에 실어
노래하고 또 노래한다
여자들의 육체가 무의식화되고
여자들의 영혼이 육체화된다
-전문-
옮긴이 주> * 엑스터시(ecstasy) : 희열, 무아경, 황홀경, 법열 등을 일컫는 말로, 일반적으로 종교적 신비 체험의 최고 상태를 가리키지만 종교와 무관하게 나타나는 심리의 이상상태까지도 포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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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표현』2016-9월호 <세계시의 현장 · 일본 오키나와 시>에서
* 아사토 에이코(安里英子)/ 1948년 일본 오키나와 현 나하시(沖縄県那覇市) 출생, 시인 · 작가
* 주요 저서『류큐호(琉球弧)의 정신세계』(1999), 『오키나와 공동체의 꿈』『능욕당한 목숨』등
* 제2차 세계대전 중 전사한 조선인 출신 군인과 군속을 기리는 '한恨의 비碑'를 요미탄손(讀谷村)에 건립하였고, 그 비문에 새겨진 시를 썼다
*『흔들리는 성역』으로 제5회 지방 출판문화 공로상(1991)과 고라 루미코(高良留美子) 시인이 창설한 제2회 여성문화상 수상
* 현재 오키나와 대학 외래교수이며, 시문학지 『아수라』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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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성례/ 1955년 전북 정읍 출생, 세종대학교 일문과와 동 대학 정책과학대학원 국제지역학과 일본 전공 석사 졸업.
* 1986년『시와 의식』으로 등단했으며, 한국어 시집『실험실의 미인』, 일본어 시집『감색치마폭의 하늘은』『빛의 드라마』등이 있고, '허난설헌문학상'과 일본에서 '시토소조상'을 수상했다. * 번역서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붓다의 행복론』 등이 한국 중고등학교 각종 교과서의 여러 과목에 실렸으며, 『달에 울다』『파도를 기다리다』등 다수의 소설과 에세이, 인문서 등을 번역했다. - 또한 시집『바람이 불었다』『골짜기의 백합』『동트기 전 한 시간』『암호해독사』등 일본시인의 시집을 한국어로, 고은, 문정희, 정호승, 김기택, 박주택, 안도현 등 한국시인의 시집을 일본어로 번역하는 등 한일 간에서 다수의 시집을 번역했다. 현 세종사이버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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