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학교 생활-상담실/ 이승희

검지 정숙자 2017. 1. 14. 07:46

 

 

    학교 생활-상담실

 

    이승희

 

 

  선생님, 죽고 싶어요. 죽고 싶어요

  너는 날마다 아름다워지는구나

  그런 게 아니라니까요, 최소한 자퇴라도 해야겠어요

  넌 그렇게라도 하고 싶은 게 있으니

  정말 아름답구나

 

  급식 지도 선생님이 운동장 한가운데를 지나간다

 

  선생님, 그래도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처음부터 다시 다시 다시

  아무런 희망이 없어요 없다구요

  너무 오래 살았나 봐요

 

  운동장에 급식 지도 선생님이 지나간 길이 선명하다

 

  잘못했어요

  뭐든 다 잘못했어요

  이 베개만은 가져가지 마세요

  그게 베개였구나

  근데 얘, 헤어롤 떨어지겠다 다시 말아 봐

 

  선생님, 그게 아니구요

  사는 게 왜 이래요

  날마다 벼랑이고 끝 같아요

  끝 같은 게 아니고 끝이어서

  아름답구나

  그 끝을 그렇게 발랄하게 넘어갈 수 있으니

  그런 슬픔을 가져 본 적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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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예바다』 2016-겨울호 <신작 시> 에서

  * 이승희/ 1999년 《경향신문》신춘문예 당선, 시집『거짓말처럼 맨드라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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