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겨울 이미지/ 양수덕

검지 정숙자 2017. 1. 14. 07:56

 

 

    겨울 이미지

 

    양수덕

 

 

  거기에 전나무 숲이 잠들고 눈이 내리고 집 한 채 공을 들이지

  굴뚝에서는 정겨운 이야기들이 새어나오지

 

  우리가 겉늙었다는 게 이상하지는 않아

  노년의 주름이 한꺼번에 몰려온 것 같았지

  우리의 손과 손을 쌓았던 데가 모래밭이라니

 

  희망이 다시 뒤통수를 치지 않게 거리를 두겠어

  영웅과 히어로가 나란히 휘파람을 불어도

  너무나 익숙해서 좀이 슬쩍 먹은 듯한

  입가의 치약을 닦지 않은 듯한

  외래어를 택하겠네

 

  한숨을 날려 버릴

  불안을 잠재워 줄

  염려를 지워 줄

  히어로를 기다리는 우리의 검은 밤을 건너

 

  거기에 전나무 숲이 잠들고 눈이 내리고 집 한 채 공을 들이지

  집은 털어 낼수록 따뜻해지는 상상의 다른 이름

 

  굴뚝의 연기는 얼음나라의 어두운 밤을 회상하겠지

  그때 그랬지 모두가 히어로였으나 미처 몰랐던 그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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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예바다』 2016-겨울호 <신작 시> 에서

  * 양수덕/ 2009년《경향신문》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신발 신은 물고기』『가벼운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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