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유리병 속의 시*/ 이건청

검지 정숙자 2017. 1. 13. 02:47

 

 

    유리병 속의 시*

 

    이건청

 

 

  시인 이작 카체넬존은 가스실에서 죽었다.

  1943년 10월부터 1944년 정월까지,

  그는 아우슈비츠에서의 죽음을 시로 적었다.

  운율까지 갖춘 서정시였다.

 

  사람이 부서져 비누조각이 되는 날,

  머리털이 벗겨져 양말이 되는 날,

  날 흐리고 비 오는 세상,

  몇 마리 멧새가 오고, 또 가기도 했을 것인데,

 

  시인 이작 카체넬존이 죽은 후,

  아우슈비츠에 남은 사람들이,

  죽은 시인이 쓴 시를

  여섯 개의 유리병에 넣었고, 밀봉해서

  마당의 전나무 아래 땅을 파고 묻었다.

 

  그리고,

  그리고, 시인이 죽고 없는 세상,

  하루 종일 장맛비 내리는

  창 밖을 향해 앉아

  죽은 시인이 남기고 떠난 시를 펼치니,

  

  젖은 새 한 마리 날아와

  낡은 책장 위에 날개를 접는다.

  전나무 밑에 묻힌 유리병 마개를 열고

  60여 년을 파득여 내게 온 새,

  시인 이작 카체넬존……

    -전문-

 

  * 아우슈비츠에서 죽은 시인 이작 카체넬종이 쓴 시의 번역 시집. 국내에서는 『유리병 속의 편지-뿌리 뽑힌 유대인의 큰 노래』(전영애 역. 한마당.1999)로 간행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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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月刊文學』 2017-1월호 <이 시대 창작의 산실/ 이건청 시인/ 대표작 3편> 중에서

  * 이건청/ 1942년 경기 이천 출생, 1967년《한국일보》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이건청 시집』『굴참나무숲에서』등 다수, 시선집『해 지는 날의 짐승에게』,『이건청문학선집』(전4권), 시론집『초월의 양식』, 한국시협상 · 목월문학상 등 다수 수상, 한국시인협회 회장 역임, 한양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