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시

9 못된 유리 장수 / Ch. 보들레르 / 정기수 옮김

검지 정숙자 2016. 8. 16. 23:34

<小散文詩>

 

       9 못된 유리 장수

 

        Ch. 보들레르 / 丁奇洙 譯

 

 

  순전히 내성적인 성질이어서 행동에는 전혀 맞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이라도, 때로는 신비하고 알 수 없는 충동을 받아, 평소에는 자기 자신도 불가능하리라고 생각한 그런 민첩성을 가지고 행동하는 수가 있다.

  이를테면, 자기 집 문지기한테서 무슨 슬픈 소식이나 받을까 두려워서 차마 들어가지도 못하고 문 앞에서 조마조마 한 시간이나 얼쩡거리는 사람, 봉투도 뜯지 못한 채 보름 동안이나 편지를 그냥 두어 두는 사람, 또는 일 년 전부터 필요했던 수속을 밟는데, 반년이 지나서야 겨우 결심을 내리는 사람, 이러한 사람들이 때로는 어찌할 수 없는 힘에 의해 쏜살같이 갑자기 행동 속에 뛰어들고 싶어지는 것이다. 세상에 모를 것이 없다고 행각하는 도학자나 의사들도, 이러한 무위(無爲) 방일한 넋들에게 어디서 그런 열광적인 정력이 별안간 솟아나는가 설명할 수가 없고, 또 지극히 간단하고 필요 불가결한 일조차도

  수행하지 못하는 주제에, 어떻게 해서 그들이 어떤 순간에는 세상에도 부조리할 뿐만 아니라 흔히 위험하기 짝이 없는 행위를 실행하는 데 넘쳐 흐르는 용기를 내게 되는가도 설명하지 못한다. 

  내 친구  하나는 세상 사람 중에서 누구보다도 무해(無害)한 몽상가였는데, 한 번은 숲에 불을 질렀다. 그의 말에 의하면, 사람들이 보통 말하다시피 그렇게 쉽사리 물이 붙는가 어떤가를 보기 위해서였다. 계속 열 번이나 해보았으나, 실험은 실패였다. 그러나 열 한 번째에는 너무도 지나친 성공을 거두었다.

  어떤 사람은 화약통 옆에서 여송연에 불을 댕기리라, 운명을 보기 위해, 운명을 알기 위해, 운명을 시험하기 위해, 도박을 하기 위해, 불안의 쾌감을 맛보기 위해, 또는 부질없이, 그저 변덕에서, 심심파적으로.

  그것은 권태와 몽상에서 솟아나는 일종의 정력이다. 그리고 그러한 정력이 그토록 끈덕지게 나타나는 것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대체로 가장 무료하고 가장 몽상적인 사람들에게서이다.

  또 어떤 사람은, 하도 수줍어서, 사람들의 시선에 부딪히기만 해도 눈을 숙이고, 다방에 들어가거나 극장 사무실 앞을 지나가는 데도, 그곳 뽀이나 표 받는 사람들이 지옥의 새 재판관 미노스와 에아끄와 라다망뜨의 위엄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서, 가엾게도 의지력을 총동원해야만 하는 그런 주제에, 자기 옆을 지나가는 노인의 목덜미에 느닷없이 덤벼들어, 깜짝 놀란 군중 앞에서 열렬한 키스를 하는 수도 있을 것이다.

  왜 그럴까? 왜냐 하면…… 왜냐 하면 그 노인의 얼굴이 그에게 억제할 수 없는 공감을 일으켜 주기 때문일까? 아마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자신도 왜 그런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타당하리라.

  나도 이런 따위의 발작과 충동의 희생이 된 것이 한두 번 아니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감궂은 「악마」가 우리들 속에 슬그머니 들어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부조리하기 짝이 없는 그들의 의지대로 우리를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어느 날 아침 나는 울적하고 석글픈 마음으로 일어났는데, 너무나도 무료함에 지쳐, 무슨 어마어마한 짓을, 사람들을 깜짝 놀랠 하고 싶은 총동에 사로잡혔던 모양이다. 그래서 문을 열었다. 그런데 아!

  (이 점 부디 유의해 주기 바라거니와, 속임수의 정신은, 어떤 사람들에 있어서는, 노력이나 계략의 결과가 아니라 우연한 영감(靈感)의 결과로서, 위험하거나 무례한 숱한 행동으로 불가항력하에 우리를 몰아넣는 저 기질, 의사들에 의하면 히스테리 성(性)이라 하고, 의사들보다 좀더 잘 생각하는 사람들에 의하면 악마성이라 부르는 저 기질과, 다만 그 욕망의 강렬함에 있어서만이라도, 매우 비슷한 것이다.)

  내가 거리에 맨 먼저 본 사람은 유리 장수였다. 그의 찌르는 듯하고 고르지 못한 고함소리는, 빠리의 우중충하고 꾀죄죄한 공기를 뚫고 나 있는 데까지 올라왔다. 그런데 내가 왜 이 가련한 사나이에 대해 그토록 갑작스럽고도 횡포한 증오심에 사로잡혔던가 그 까닭은 나도 말 할 수 없을 것 같다.

  "      어이! 어이!" 소리치며 나는 그에게 올라오라고 외쳤다. 그동안 나는 마음 속으로, 내 방은 칠층에 있고 계단이 매우 좁으므로, 유리 장수는 올라오느라고 꽤 힘이 들 것이며, 그 부서지기 쉬운 상품의 모서리를 여기저기 부딪히리라 생각하면서 고소해 하였다.

  이윽고 그가 나타났다. 나는 신기한 듯이 모조리 유리를 살펴 보고는 이렇게 말하였다. "이런! 색유리는 없구면? 장미빛이며, 붉은 것이며, 푸른 것, 마술의 유리, 천국의 유리는 말야? 이런 뻔뻔스런 사람 보았나! 이런 빈민굴을 버젓이 돌아다니면서, 인생을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유리 한 장 안 갖고 다니다니!" 그러면서 그를 층층대 쪽으로 왈칵 떠밀었더니, 그는 비트적거리면서 투덜거렸다.

  나는 발코니에 다가가 조그만 화분을 집어, 사나이가 현관 앞에 다시 나타났을 때, 그의 유리 지게 뒤끝 위에 내 무기를 수직으로 떨어뜨렸다. 이 충격에 그는 그만 나뒹굴어지고, 가엾게도 그 도붓장수의 전 재산은 그의 등 밑에 깔려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벼락에 부서지는 수정궁(水晶宮)의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그리고 나는 내 미친 지랄에 취하여 그에게 성화같이 외쳤다. "인생은 아름다워야지! 인생은 아름다워야지"

  이러한 신경질적인 장난에는 위험이 뒤따르기 마련이며, 흔히 비싼 값을 치르는 수가 많다. 그러나 일순간 속에 무한한 쾌락을 맛본 자에게 있어 영원한 벌이 무슨 상관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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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문학전집 53,『惡의 꽃』「파리의 憂鬱」에서/ 1968.5.10.초판/ 1981.9.15.중판./<正音社(倫)> 발행

  * Ch. 보들레르/ 1821년, 샤를르 삐에르 보들레르 빠리에서 탄생, 1867년 46세를 일기로 영면. 

  * 정기수/ ? (책에 역자 소개가 나와 있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