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김용희_이렇게 읽었다/ 파도 : 조오현

검지 정숙자 2017. 1. 10. 15:43

 

 

    파도

 

    조오현

 

 

  밤늦도록 불경을 보다가

  밤하늘을 바라보다가

 

  먼 바다 울음소리를

  홀로 듣노라면

 

  천경 그 만론이 모두

  바람에 이는 파도란다

    -전문-

 

 

   ▶ 이렇게 읽었다 _ 김용희(시인, 소설가, 문학평론가, 평택대 교수)

   시인은 밤늦도록 불경을 보다 밤하늘을 본다. 먼 바다에서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바다의 울음소리가 독경하는 법당에까지 흘러넘쳐 들어온다. 천경과 만론, 법경은 모두 바람에 이는 파도, 밤바다의 울움소리처럼 철썩인다. 시인은 불경 속에서 바다의 울음소리를 건져올린다. 불경에서 가르침, 천경과 만론은 사실 모두 존재의 깊숙한 울음소리들로 가득차 있는 것이다. / 참선이란 결국 극도로 고요해져 평안해지는 무념무상의 적요가 아니다. 그것은 내면의 울음소리를 듣는 것, 울음소리를 발견하는 것이다. 인간존재 보편은 무소유와 집착버리기를 통해 염화미소와 같은 지복(至福)의 순간을 탈환할지 모른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마음의 본체를 들여다보면서 내면의 소리를 듣는 명상이다. 울음소리는 존재 안에서 존재를 조용히 흔들고 있는 진동이며 삶의 평균대 위에서 균형을 취하기 위해 울먹거리는 조그만 경련이다. 시인에게 시는 자신의 울음소리를 탐색해 가는 그 '길의 과정(尋牛圖)'이다. ▩

   ※ 출처:『열린시학』「여보게, 저기 저 낙조를 보시게」에서 발췌 2004.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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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성훈 편저_설악 무산, 한글 禪詩이 · 렇 · 게 · 읽 · 었 · 다』/ 2015.3.12. 초판, 2016.5.10. 증보판 <도서출판 반디>발행

  * 조오현(필명)/ 법명:무산(霧山), 법호:설악(雪嶽), 자호: 만악(萬嶽), 대충(大蟲)

  * 편저자 권성훈/ 한신대학교 종교학과, 경기대학교 대학원 국문학과에서 「한국현대시에 나타난 치유성 연구」로 박사학위 취득, 고려대학교 국문과에서 「한국 종교시에 나타난 치유성 연구」로 박사후과정을 수료했다. 계간 『작가세계』신인상 수상, 시집 『유씨 목공소』, 저서『시치료의 이론과 실제』『폭력적 타자와 분열하는 주체들』『정신분석 시인의 얼굴』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