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이슬수를 놓는다/ 고종목

검지 정숙자 2017. 1. 7. 12:42

 

 

    이슬수를 놓는다

 

    고종목

 

 

  투명한 햇빛 속을 걸어간다

  오솔길 옆 떡갈나무 잎에

  이마에 맺힌 땀방울처럼 이슬수를 놓는다

  이슬방울 속 하얀 망초꽃 가리마같이 비친다

  바로 내 앞에서 지팡이 짚은

  기호 '5' 낭구*의 어깨 높이에서 흔들리는

  망초꽃, 꽃인가 하고 다시 보면

  어느새 망초꽃이 된 낭구의 나비걸음이 얼비치고

  쪽진 머리 반듯한 어머니가 비치고

  쪽 곧은 가리마길로

  훤칠한 키에 짙은 눈썹 위 번들이마

  두루마기자락 펄럭이며 아버지가 걸어오신다

  아버지 얼굴에 내 얼굴이 환히 겹친다

  풀잎을 스치는 푸른 바람결

  내 몸이 톡- 터질 것만 같다

  눈 깜박하는 사이

  반짝 스러지는 이슬을 본다

     -전문-

 

   * '5' 낭구: 오남구 시인의 이름을 '낭구' 부르는 애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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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바늘의 언어』에서/ 2011.4.20. <글나무> 펴냄

  * 고종목/ 강원 평창 출생, 시집『성마령의 바람 둥지』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 『곤드레 아라리』『바늘 구멍』외, 개인전「시와 조각보의 만남」, 초대전 「시와 조각보의 만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