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소녀와 독수리*/ 이동백

검지 정숙자 2017. 1. 7. 12:55

 

 

    소녀와 독수리*

 

    이동백

 

 

  폐허의 자리, 앙상한 풀들의 뼈 어지러이 흩어져 있다.

  머리가 몸통보다 큰 아이 기도하듯 엎드려 있다.

  소공후의 휘어진 현처럼 팽팽한 갈비뼈가 온통 선명하다.

  희미한 숨소리조차 들릴듯한 거리,

  대머리독수리 꼼짝 않고 아이를 노려보고 있다.

 

  제 어미가 아이를 살짝 땅바닥에 내려놓자,

  아이는 작가의 렌즈 속에 들어왔다.

  절묘한 순간 대머리독수리 렌즈 속으로 들어왔다.

  이 사진은 발표와 동시에 전 세계의 큰 반향을 불러일으

켰다.

 

  수상식 열린 지 채 한 달도 못된 1994년 7월 28일 수상자

  케빈 카터는 친구와 가족 앞으로 쓴 편지를 남긴 채

  33살의 젊은 나이에 스스로 삶의 렌즈 바깥으로 사라졌다.

       -전문-

 

   * 1994년도 퓰리처상 수상작 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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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대구선』에서/ 2017.1.10. <한국문연> 펴냄

  * 이동백/ 경북 경산 출생, 1996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수평선에 입맞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