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전수수
조오현
생선 비린내가 좋아
견대 차고 나온 저자
장가들어 본처는 버리고
소실을 얻어 살아볼까
나막신 그 나막신 하나
남 주고도 부자라네
일금 삼백 원에 마누라를 팔아먹고
일금 삼백 원에 두 눈까지 빼 팔고
해 돋는 보리밭머리 밥 얻으러 가는 문둥이어, 진문둥이어.
-전문-
▶ 이렇게 읽었다 _ 정끝별(시인, 문학평론가, 이화여대 교수)
심우도는 '소'로 비유되는 불성을 찾아가는 수행 과정을 열 장의 그림으로 표현한 것으로, 목우도 또는 십우도라고도 한다. 그 마지막 대승의 장이 '입전수수(저자에 손을 드리우다)'다. "삶도 올가미도 없이/ 코뚜레를 움켜잡고/ 매어둘 형법을 찾아 헤맨 걸음 몇 만보냐"(<무산 심우도-4, 득우>)를 거쳐서 견대든 전대든 돈자루 차고 '생선 비린내' 나는 저잣거리에 다시 돌아오는 것, 하여 여자를 취하고 마지막 나막신까지 남 주고 '일금 삼백 원'에 '마누라'와 '두 눈'까지 팔아먹고(저잣거리의 시작이 돈이고 끝도 돈이다!) 비로소 탁발하는 문둥이가 되는 것. 설악무산 큰스님이 시조 형식으로 표현한 입전수수 진풍경이다. 일체의 번뇌와 생사와 속박과 애증과 갈등의 뿌리인 '마누라'와 '두 눈'까지 다 팔아버렸으니 분별이 없고 막힘이 없을 것이다. 그물을 찢고 자유를 얻는 금빛 물고기(錦鱗)와 같을 것이다. 이쯤 되면 고덕대승과 속인이, 정상인이나 병자가, 산문과 세속이, 형법과 파탈의 경계는 무의미하리라. 이름하여 생멸불이의 '진문둥이', 승속일여의 '아득한 성자', 본래면목 참나의 부처가 아닐지. 속된 머리로 큰 도량 헤아리기 어려우나, 군맹무상하건대 그게 바로 부처님이 이 땅에 오셨던 뜻 아닐지. ▩
※ 출처: 경향신문, 「돈 詩」, 2013. 05. 13.
----------------
* 권성훈 편저_설악 무산, 한글 禪詩『이 · 렇 · 게 · 읽 · 었 · 다』/ 2015.3.12. 초판, 2016.5.10. 증보판 <도서출판 반디>발행
* 조오현(필명)/ 법명:무산(霧山), 법호:설악(雪嶽), 자호: 만악(萬嶽), 대충(大蟲)
* 편저자 권성훈/ 한신대학교 종교학과, 경기대학교 대학원 국문학과에서 「한국현대시에 나타난 치유성 연구」로 박사학위 취득, 고려대학교 국문과에서 「한국 종교시에 나타난 치유성 연구」로 박사후과정을 수료했다. 계간 『작가세계』신인상 수상, 시집 『유씨 목공소』, 저서『시치료의 이론과 실제』『폭력적 타자와 분열하는 주체들』『정신분석 시인의 얼굴』등
'시집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이슬수를 놓는다/ 고종목 (0) | 2017.01.07 |
|---|---|
| 최문자_이렇게 읽었다/ 오늘 : 조오현 (0) | 2016.12.31 |
| 이찬_이렇게 읽었다/ 축음기 : 조오현 (0) | 2016.12.30 |
| 폭포 속에 사는 새/ 황경순 (0) | 2016.12.29 |
| 고미석_이렇게 읽었다/ 내가 죽어보는 날 : 조오현 (0) | 2016.1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