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최문자_이렇게 읽었다/ 오늘 : 조오현

검지 정숙자 2016. 12. 31. 14:15

 

 

    오늘

 

    조오현

 

 

  잉어도 피라미도 다 살았던 봇도랑

 

  맑은 물 흘러들지 않고 더러운 물만 흘러들어

 

  기세를 잡은 미꾸라지 놈들

 

  용트림할 만한 오늘.

    -전문-

 

 

  ▶ 이렇게 읽었다 _ 최문자(시인, 협성대학교 총장)

  오늘의 역사적 현실을 압축적인 깨달음으로 제시하고 있는 시이다. 이때의 압축적인 깨달음은 명확한 시간과 공간을 통해 제시되고 있어 좀 더 관심을 끈다. 여기에 제시되어 있는 깨달음의 공간은 시내도 강도 바다도 아닌 봇도랑이다. 봇도랑은 당연히 좁고 작은 공간을 상징한다. 좁고 작지만 그래도 한때는 "잉어도 피라미도 다 살았던" 곳이다. 하지만 지금의 봇도랑에는 "맑은 물 흘러들지 않고 더러운 물만 흘러들어" 미꾸라지들이 "기세를 잡"고 있다. 미꾸라지들이 등장하면서 이 시는 일종의 알레고리가 된다. 우화시가 된다는 뜻이다. 시인에게 미꾸라지들은 용에 비해 너무도 보잘것없는 존재이다. 하지만 송아지가 커서 어미 소가 되듯이 미꾸라지가 커서 용이 되는 것 아닌가. 그래서일까. 오늘은 미꾸라지도 용트림을 하고 있다. 2007년의 대선정국을 떠올리게 하는 시이다. ▩

 

※ 출처:『2007 오늘의 좋은 시』,푸른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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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성훈 편저_설악 무산, 한글 禪詩이 · 렇 · 게 · 읽 · 었 · 다』/ 2015.3.12. 초판, 2016.5.10. 증보판 <도서출판 반디>발행

  * 조오현(필명)/ 법명:무산(霧山), 법호:설악(雪嶽), 자호: 만악(萬嶽), 대충(大蟲)

  * 편저자 권성훈/ 한신대학교 종교학과, 경기대학교 대학원 국문학과에서 「한국현대시에 나타난 치유성 연구」로 박사학위 취득, 고려대학교 국문과에서 「한국 종교시에 나타난 치유성 연구」로 박사후과정을 수료했다. 계간 『작가세계』신인상 수상, 시집 『유씨 목공소』, 저서『시치료의 이론과 실제』『폭력적 타자와 분열하는 주체들』『정신분석 시인의 얼굴』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