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서해의 개입/ 이장욱

검지 정숙자 2017. 1. 6. 15:25

 

 

    서해의 개입

 

     이장욱

 

 

  내가 살아온 세계는 서해와는 먼 거리였다.

  나의 집도 서해에는 없었고 친구도

  취한 채 건너던 횡단보도도

  서해에는 없었다.

 

  서해는 나를 잊는 일에 가까웠고

  내가 죽은 후에 가까웠고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연인이었다. 실은

  서해에서 몇 날 며칠 숙박을 했는데도 실은

  해변에 나가서 혼자 오래 걸었는데도 실은

  여기서 일생을 보냈는데도

 

  서해가 먼 곳이었다. 서해에서 나는

  최소한의 노동과 부당한 통치자들과 또

  혼자 깨어난 새벽을 생각하였다.

  나는 생선을 좋아하고 수영을 잘하는데

  수평선이 발생하는 것과 심해가 자라는 것을 잘 이해하는데

  매일 이 가까운 곳에서

 

  사람이 사람에게서 멀어지고 있었다.

  해변이 해변에게서 멀어지고 있었다.

  나는 서해를 떠나기 위해 수평선 쪽으로 수영을 했는데 문득

  붉은 등의 횡단보도를 거의 다 건너긴 건넜는데 문득

  거대한 파도가

  아주 물질적인 파도가

  바로 눈앞에

 

    ----------------

  *『시인동네』 2017_1월호 <특집 이장욱/ 신작시>에서

  * 이장욱/ 1968년 서울 출생, 1994년『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내 잠 속의 모래산』『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등. 제24회 대산문학상 등 수상. 현 동국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