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악력/ 김호성

검지 정숙자 2017. 1. 5. 13:00

 

 

    악력

 

    김호성

 

 

  주먹을 쥔다. 손가락 사이의 빈틈은 눈매. 주먹 속에서 태어나고 성

장한다. 눈을 가늘게 뜨는 것은 생존의 문제. 눈을 감아서 손금의 우주

를 망칠 수 있다. 주먹 속을 신공상태로 만들 수 있다면.

  손가락이 늘어나 눈이 찢어지는 건 중력의 문제. 벽을 칠 때마다 본

다. 벽지의 격자무늬가 일그러지고 붉은 반점 속으로 휘어지는 당신을.

멱살을 잡으면 확장되는 동공. 엄지손가락으로 짓누른다. 뿜어져 나오

는 검은 물이 방 안을 물들이고 있다. 손가락뼈가 터질 듯한 은하수로

가늘어질 때까지. 당신은 눈을 깜빡이지 않을 것이다.

  눈빛만으로 매듭을 풀 수 있는가. 숨죽이는 주먹을 오랫동안 노려본

다. 광대뼈를 내려친다. 눈코입을 부여잡고 있던 주름이 풀어진다. 축축

하게 썩어 들어가는 광대의 입구가 열린다. 독방 속으로 들어간 서정을

위해. 의문의 비행체처럼 달려드는 반딧불이들의 실명에 관해서, 새끼

부터 하나씩 손가락을 펴 봐도, 나오지 않는 자백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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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시』 2016_12월호 <신작특집>에서

  * 김호성/ 2015년『현대시』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