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추상화/ 장석원

검지 정숙자 2017. 1. 2. 23:31

 

 

    추상화

 

     장석원

 

 

  직육면체

  기관차는 수단이 아니다

  그것은 탈것도 아니다

  그것의 본질 스스로

  전진하는 직육면체의 충돌과 파편

 

  그것을 역사의 상징이라고 인식했던 때

  우리가 청춘이라고 부르던 때

  기관차의 엔진을 사상이라고

  연료를 사랑이라고 믿었다

  혁명과 정의를 혼합하고

  보이지 않는 적들을

  우리의 심장- 엔진 속에서 불태웠다

 

  지하철이 나를 싣고 간다

  결코 도착할 수 없는 곳이 있다

  그리움이 남아 있다

  나는 살아 있는 것이다

  숨이 붙어 있다면

  내가 사랑을 잊지 않았다면

  조금 더 견뎌야 한다면

  나의 사랑은 기관차일까

 

  실패가 고통이었을까

  나는 왜 묻혔는가

  아픈 사람들이 나를 가르친다 잡아끈다

  이루어질 것이 아직 남아 있다고 한다

  사랑은 아직 실패하지 않았다

  기관차는 세계를 옮기고 있다

 

  쇠 냄새

  그것은 분노의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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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간 파란』 2016-가을호 <poem>에서

  * 장석원/ 2002년《대한매일신문》으로 등단, 시집『아나키스트』『리듬』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