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포 속에 사는 새
황경순
검정칼새떼는 1억 2천만 년 전부터 여의도의 630배, 초당
6만 톤의 물을 쏟아붓는 세계에서 가장 큰 이과수 폭포 속 가
파른 절벽을 점거했다
이과수폭포에 아침이 오면 날쌘 검정칼새떼 수천만 마리
가 한꺼번에 세찬 폭포 물살 속에서 솟구쳐 오른다 18센티미
터 작은 몸으로 어느 새보다 빨리 시속 170킬로미터로 순식
간에 날아 폭포 속 무지개의 일부가 된다 이 날개 저 날개
날개마다 무지개를 달고 힘차게 날아오른다
석양이 폭포와 씨름하며 가장 요란한 소리로 울 때, 검정
칼새떼는 다시 폭포를 향해 순식간에 달려든다 집으로 돌아
가는 길, 물살은 가장 완강하다 한 치의 틈도 보이지 않고
호시탐탐 검정칼새들을 노린다 하강하던 속도로 폭포 속으
로 들어갈 수는 없다 전자장치 작동, 저속 기어 감속, J J J
J J…… 수만 개의 포물선을 그리며 가장 물살이 얕은 곳을
찾아 사뿐히 물살 속으로 날아올라 작은 우주선 수천만 대가
절벽에 안착한다 1억 2천만 년 전부터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또 새로운 길을 찾아 진화하는 검정칼새떼, 틈, 틈, 틈, 틈은
어디에나 있는데… 지쳤다고 벼랑 끝에 내몰렸다고 엄살떠는
나를 비웃으며
낮에는 우르르 쾅! 우르르 쾅! 쏴아아 포악한 물살로 위
협하는 요란한 폭포소리 들으며 몇몇은 제물이 되어 폭포 속
거대한 물웅덩이 악마의 목구멍*에 곤두박질쳐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밤에는 자장가를 불러주는 두 얼굴의 이과수 폭포
속 오늘도 검정칼새뗴는 검은 절벽에 검게 매달려 검은 새끼
를 낳아 경사 90도를 넘어 120도, 150도 절벽에 매달고 검
은 잠 속에 무지개 꿈을 꾸고 있다
이과수 폭포 위엔 보름달 뜨고
새하얗게 부서지는 물살 속에 고요한 달무지개 뜬다.
-전문-
* 악마의 목구멍: 이과수폭포 중 가장 거대하며 깊이를 알 수 없는 커다란 물웅덩이를 가진 유니온 폭포
해설> 한 문장: 근대 이후, 데카르트의 합리적 사유 체계 이후 자아와 세계는 결별했다. 분리와 결별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 데카르트의 '회의'이다. 이제 세계는 '타자화(他者化)' 돼 끊임없이 자아와 갈등, 대립을 일으키며 자아의 정체성마저 흔들어 자아마저 분열시키고 있다. 그래 작금의 평론가들로 하여금 '타자성의 미학'이란 말까지 낳게 할 정도로 자아와 세상은 결별됐고 서로 타락했다./ 그러나 자아와 세계가 행복하게 일치했던 아득한 옛날의 신화시대는 현대인의 핏속에, 꿈속에, 삶 속에 여전히 유전돼 흐르고 있다. 그 신화적 세계의 회억이 우리들의 오늘 현실적 삶을 여전히 규제하고 있고 그 명백한 증거로 서정시는 여전히 씌어지며 독자들과 그 하나된 감응을 나누고 있는 것이다. (이경철/ 시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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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거대한 탁본』/ 2016.12.1. <문학아카데미>펴냄
* 황경순/ 경북 예천 출생, 2006년 『미네르바』로 등단, 시집 『나는 오늘, 바닷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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