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오른편 심장 하나 주세요/ 김승희(金勝熙)

검지 정숙자 2016. 12. 31. 13:21

 

 

    오른편 심장 하나 주세요

 

    김승희(金勝熙)

 

 

  사랑은 머리 위로 떨어지는 칼

  손으로 잡으면 늘 다치는 것

  사랑은 가슴 위로 떨어지는 피

  피하려고 해도 꼭 적시는 것

 

  세상은 온통 배롱나무 꽃 천지

  지금은 꽃의 피가

  사방 공기에 다 물들었다

 

  앞으로 갈 길에는 주유소가 없을 것 같다는 느낌

  기름이 거의 떨어져 가는데

  다음 주유소는 나오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

 

  여기서부터다

  주유소가 안 나오면

  꽃의 피로 가야지,

  못 박힌 자리에서 쏟아지는 피,

  오른편 심장 하나 구하려고 배롱나무 꽃그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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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사상』2017-1월호 <이달의 시인>에서 발행

  * 김승희(金勝熙)/ 1973년 《경향신문》신춘문예로 등단, 시집『태양미사』『희망이 외롭다』등. 1994년 《동아일보》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 소설집『산타페로 가는 사람』. 현재 서강대 국문학과 교수, 소월시 문학상 · 올해의 예술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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