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편 심장 하나 주세요
김승희(金勝熙)
사랑은 머리 위로 떨어지는 칼
손으로 잡으면 늘 다치는 것
사랑은 가슴 위로 떨어지는 피
피하려고 해도 꼭 적시는 것
세상은 온통 배롱나무 꽃 천지
지금은 꽃의 피가
사방 공기에 다 물들었다
앞으로 갈 길에는 주유소가 없을 것 같다는 느낌
기름이 거의 떨어져 가는데
다음 주유소는 나오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
여기서부터다
주유소가 안 나오면
꽃의 피로 가야지,
못 박힌 자리에서 쏟아지는 피,
오른편 심장 하나 구하려고 배롱나무 꽃그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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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사상』2017-1월호 <이달의 시인>에서 발행
* 김승희(金勝熙)/ 1973년 《경향신문》신춘문예로 등단, 시집『태양미사』『희망이 외롭다』등. 1994년 《동아일보》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 소설집『산타페로 가는 사람』. 현재 서강대 국문학과 교수, 소월시 문학상 · 올해의 예술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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