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부러진 양쪽 길/ 이서빈

검지 정숙자 2016. 12. 30. 14:04

 

『통일문학』창간호(2016.12.)에서

 

 

    부러진 양쪽 길

 

     이서빈

 

 

  낡은 안부 한 잎 들고

  북쪽으로 가다

  도라산 역에서 되돌아선다

 

  오랜 날들 離散을 견디며 웃자란 넝쿨

  대륙으로 향하는 길 문을 막고 섰다.

  안부 끊긴 날들 너무 길어

  저승으로 이전한 주소가 많은 땅

  어쩌자고 오르락내리락 도레미 송만 부르고 있는지

  혹, 저승서조차 서로를 몰라보면 어쩌자고

  바지랑대는 우주를 떠받치고 있다.

  우리들의 젖은 가을을 말리고 있다.

 

  민둥산을 쓸어내는 황량함이 있다.

  바람 한 두름 가로수를 휘익 흔들어댄다.

  허수아비 머리엔 참새 몇 마리

  헛말 웃음에 울음이 섞여 있다.

  웃음과 울음 사이는 가장 먼 사이 같지만

  알고 보면 가장 가까운 사이

  이쪽과 저쪽 세상 제일 먼 거리 같지만

  사실은 가장 가까운 거리다.

  부러진 길,

  사냥개 컹컹 짖는 대낮 낯익은 기호의

  양쪽 그림자 발밑으로 햇빛들이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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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문학 창간호『서울에서 평양까지』<시 · 시조>에서/ 2016.12.<(사)한국문인협회 남북문학교류위원회> 발행

   * 이서빈(李書彬)경북 영주 출생, 2009년『문학시대』신인상, 2014년 《동아일보》신춘문예 당선, 민조시집『저토록 완연한 뒷모습』, 시집『달의 이동 경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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