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짧은 만남 긴 이별/ 정순자

검지 정숙자 2016. 12. 30. 13:47

 

『통일문학』창간호(2016.12.)에서

 

    짧은 만남 긴 이별

 

    정순자

 

 

  스물한 살 학생 오빠

  대한적십자사 통해

  54년 세월 넘어 백발 되어

  금강산에서 우리 남매 만났네.

  막혔던 못물 터지듯 눈물을 쏟았네.

  울어도 울어봐도 그동안

  맺힌 한 풀리지 않았네.

  "아버지 어머니는 언제 돌아가셨니?"

  어머님 혹시 살아 있다면 통일이 되는 날

  만날 수도 있다고 기다리시다 몇 년 전에 92세로

  한 많은 세상을 떠났다는

  내 이야기 듣고 고개를 숙인 채

  속옷이 눈물로 다 젖었네.

  오빠가 안 계시던 동안

  우리 집에 있었던 일들

  사진첩에 담아 드렸네.

  결혼 선물로 끼고 있던

  반지, 목걸이 종이에 곱게 싸 드렸어

  사진첩을 가지고 가신 밤 얼마나 울었던지

  눈이 많이 부어 만났지만

  가슴이 아파 말을 하지도 못했어

  야속한 3박 4일은 흘러가고

  언제 또 만날지도 모르는 그 길을 떠나며

  버스 차창 밖으로 흔드는 손을 잡다 놓고

  통곡하는 긴 이별.

 

    ----------------

  * 통일문학 창간호『서울에서 평양까지』<시 · 시조>에서/ 2016.12.<(사)한국문인협회 남북문학교류위원회> 발행

  * 정순자/ 전남 순천 출생, 2004년『문예사조』로 수필 등단, 2007년 『수필문학』천료, 수필집『산사의 종이 말할 때』『벚꽃 길을 걸으며』외. 시집『오늘이 감사하다』『팔순을 바라보며』